기자명 강현 기자 (paul0522@g.skku.edu)

지역이기주의 앞세우는 님비·핌피현상 심화돼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과 주민 모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 해야해
 

쪽방 임대 결사반대!!’ 영등포구 양평동 5가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예정 부지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걸려있는 청년임대주택에 반대하는 현수막 문구다. 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실시된 청년임대주택이 기피시설이 된 상황이다. 이에 청년임대주택 사업이 지연돼 청년들은 입주가 늦어지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비단 청년임대주택뿐이 아니라 학교 설립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역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선호시설이 돼 학교 설립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실정이다. 청년시설에 엮인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의 문제를 살피고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자.

님비와 핌피, 청년을 위협하다
최근 자신이 사는 지역의 행복과 이익만을 우선하는 '님비(NIMBY)현상'과 '핌피(PIMFY)현상'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님비현상은 'Not In My Backyard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의 약자로 어떠한 시설이 공익적인 측면에서 필수적이더라도 자신의 지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설립을 반대하는 경우를 말한다. 쓰레기 소각장, 화장장의 설립 반대가 대표적 예시이나, 과거에는 기피되지 않았던 소방서와 산업단지 등이 교통 방해와 집값 하락을 이유로 그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있다. 이와 달리, ‘Please In My Front Yard(내 앞마당에 지어주세요)’의 약자인 핌피(PIMFY) 현상은 스포츠시설, 지하철역과 같이 지역에 이익이 되는 사업을 자신의 지역에 유치하려는 태도다. 이러한 태도는 특정 시설에 대한 유치 경쟁을 부추겨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편 청년을 위한 시설도 님비와 핌피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청년임대주택 건설 예정지의 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거나 후보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에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상황이 그 예다. 특히나 청년시설은 청년들이 사회에 원활히 편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시설의 사회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년임대주택을 굳이 우리 동네에?
청년임대주택은 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39세 이하 본인 소유 재산이 일정 자산 이하 세대 소득이 평균 소득의 100% 이하의 조건을 충족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청년임대주택이 건설될 예정인 부지의 주민들은 주거 환경이 살기 어려운 상태로 변하는 슬럼화와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청년임대주택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실효성을 재고하는 사업 예정지가 증가했으며, 예산 집행과 공급량이 기존 목표치에 미달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3년간 청년임대주택 사업에 배정된 예산(670300만 원)의 약 20.8% (1393,100만 원)만이 집행됐다.

영등포구와 잠실에 예정돼있는 청년임대주택 또한 지속적인 시위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강현 연구원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는 임대사업자들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수요 감소와 치안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년임대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모두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슬럼화는 대체로 낙후되거나 구도심 내의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주거밀집지역에서 발생하는 편이다. 주거 환경이 미흡한 탓에 구도심의 인구가 줄어들고 치안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지역을 생활권으로 삼는 청년인구가 유입될수록 인구밀도가 높아져 지역의 슬럼화를 예방하고, 지역 상권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할 의향이 있는 수원특례시민 김영천(24)씨는 청년이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한다면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발전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년임대주택 사업지로 선정된 영등포구의 아파트에 부착된 청년임대주택에 반대하는 현수막. 
사진ㅣ강현 기자 hyuny22@

 

대학 유치공약핌피현상을 통해 표심을 얻는다
청년임대주택의 추진에 잦은 차질이 빚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대학의 경우 그 유치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상권과 주거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 발전이 예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은 대학 유치와 같은 공약을 자주 발표하며, 각 지자체는 유치경쟁을 벌인다.

지난해 3월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이하 한전공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가 광주광역시와 전남 지역의 상생 과제로 내세운 대표 공약이었다. 공약의 목적은 대전광역시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북 포항시의 포항공과대(POSTECH)에 준하는 우수한 이공계 특성화대학을 호남권에도 만들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전공대의 설립은 본격화됐고, 20223월 개교한다는 방침이 확정됐다. 2018년에는 광주광역시와 전남 나주시가 한전공대 부지를 두고 큰 유치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전라남도와 나주시 의회가 부지 무상 제공, 설립비 5,000억 원과 운영비 2,000억 원을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결국 한전공대 설립 지역은 나주시로 채택됐다.

그러나 다른 이공계 특성화대학이 건재한 상황에서, 대규모의 지원이 필요한 새로운 특성화대학 건립의 타당성을 두고 여·야당 간 마찰도 컸다. 한전공대는 개교하기 불과 9달 전인 20216월 첫 삽을 떴고, 지난해 3월 예정과 같이 개교했다. 결국 급박하게 시행된 한전공대의 건설로 학생들은 제대로 된 건물조차 없이 입학을 맞았다. 예산과 실효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졸속 추진의 대가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 셈이다.

 

한전공대의 조감도와 개교 당시 현장 ⓒ한국에너지공과대학 홈페이지, 뉴시스 캡쳐

 


님비와 핌피현상을 해결하려면
지역 이기주의로 인한 님비와 핌피현상의 결과는 일반 거주민, 나아가 지역 단위까지 영향을 미치는 편이다. 김 교수는 주민들의 선호가 명확해짐에 따라 님비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역사회를 원활히 운영하기 어렵고 오히려 지역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정부와 지자체, 주민 개별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주민 공청회를 열거나 청년임대주택의 홍보를 적극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수기적인 과정은 지자체와 주민 간 신뢰를 쌓고 청년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조 연구원은 정부 및 지자체는 실효성 있는 청년 주택을 공급하고 청년임대주택의 사후관리에도 힘써야 한다필요시 교통수단과 같은 보상적 성격의 편의시설을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핌피현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태도 역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후보자들은 공공을 위한 약속인 만큼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또한 공약 이행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숙지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공약이 단순히 표심을 얻는 데 그치지 않도록 점검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결국 청년과 지역의 상생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민, 청년 모
두가 문제를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