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엄선우 (sunshine6833@skkuw.com)
 
수습일기를 써야 하니까 다른 분들 것들을 좀 읽어봤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다 있어서 할 말이 없어졌다... 아마 고등학생 때의 나에게 이런 글을 쓰라고 하면 하고 싶은 말로 한 페이지는 금방 썼겠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은 평소에도 별생각이 없는 것 같다.

좌우명을 기대하지 않기라고 정해서 재원이가 웃었지만, 이 말은 어떤 상황에도 쓸 수 있어서 좋다. 안 좋은 결과가 있어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나를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에도 신문사에 들어와 배울 것이라 예상했던 것들보다는 그 외에 예상치 못하게 배우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엄청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들이지만,,, 제시간에 출근하려고 아침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거, 낯선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거, 본가에서 통학 중이라 기차나 버스 시스템을 더 잘 알게 되는 거, 또 재워주는 친구랑 더 깊게 친해지고 남에게 보답하는 법을 배우는 거 등등 예상치 못하게 배우는 것들이 많다. 앞으로도 배울 게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신문사 일을 시작하면서 내 글을 보여주고 남의 글을 읽는 연습을 해서 좋았다. 원래는 남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게 좀 무섭고 창피해서, 입시 때 담임 선생님께 자소서 보여주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친구들한테 보여주는 건 꿈도 못 꿨다. 근데 기사는 내가 보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알고 나니 좀 나아졌다.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소중하다는 것도 알았다. 또 평소에 글도 잘 안 읽는데, 여기 와서 남의 글을 읽는 법도 배운다. 아직 집중력과 이해력이 부족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읽겠다.

마지막으로 이번 학기에는 중심을 잘 잡고 싶다. 방학에 고등학교 멘토링 하러 갔을 때 발표 내용 중 인상 깊은 게 있었는데, 대학교에 와서는 삶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내 일상과 학교 일, 아니면 공부와 취미 생활 등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나랑 동갑인 친구가 발표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하나에만 몰입하며 살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는 아이돌 덕질과 공부만 하고 살았고, 대학교 1학년 때도 항상 과제만 붙들면서 살았다. 이제는 방탄을 삶의 원동력이 될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아직도 방탄 소식에 시큰둥한 내가 낯설다. 하여튼 이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하나가 잘못되거나, 또 끝나게 되면 삶이 너무 많이 흔들렸고 허무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관심있는 분야 외에는 다 무가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공진입하기 직전부터는 조금씩 진짜 내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해보았고, 이제는 균형을 잘 잡아보고 싶다. 신문사 활동도 잘하되, 해야 하는 공부나 취미도 적당히 잘하고 싶다. 시간관리 잘하고 할 일을 미루지 않으면 되겠지! 욕심이 좀 많아보이지만... 이제는 내 능력치를 조금 알아서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할 말 별로 없다고 해놓고 생각보다 많이 썼다. 하여튼 성대신문 파이팅. 학술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