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현 기자 (paul0522@g.skku.edu)

·고등학교 재학 청소년의 약 25% 도박 경험

청소년 도박, 2차 범죄로도 이어져

‘530마감.’ 최근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불법 온라인 도박을 통해 5만 원으로 30만 원을 얻었다는 뜻이다. 청소년 집단 내에서 이러한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년 시절 도박의 위험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쉽게 사이트를 접할 수 있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더불어 청소년이 도박으로 지게 된 과도한 빚은 또 다른 범죄의 원인이 되며 여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본지는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중독에 대해 알아봤다.

청소년 온라인 도박 중독 실태 보고서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하 도박치유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 중독 문제의 사회경제적 폐해(도박 기회 비용 도박 비용 의료 비용 등)가 연간 78조 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도박치유원에서 2019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박 중독 상담을 받은 전체 상담 서비스 이용자 중 10대가 10%를 차지할 만큼 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청소년의 도박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한 중·고등학교 재학생 18,444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4.8%의 청소년이 도박 행동과 결과를 숨기고, 도박에 대한 통제력을 일부 상실해 일상생활에 피해를 주는 도박 문제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권일남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자기통제와 판단력의 수준이 낮은 편이고 아직 성장하는 단계이기에 자극적인 도박에 빠질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도박, 아무도 막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상습도박으로 훈방된 적이 있는 우리 학교 A학우는 중학생 시절 도박을 처음 접했다. 불법 온라인 도박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손쉽게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 모습과 인터넷에서의 홍보 광고 또한 심심치 않게 봐왔던 터라, A학우는 경각심을 갖지 못한 채 도박 업체에 돈을 입금했다. 이후 몇 번의 금전적인 이득을 봤고 중독 현상으로 도박을 스스로 끊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A학우가 도박 업체에 접근하기까지 어떠한 어려움도 없었고, 도박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나 교육도 부재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업체의 운영 시스템과 마케팅 방식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온라인 도박에 쉽게 빠질 수 있게 만든다. 특히 도박 업체는 가상 게임 달팽이 게임 스피드 게임처럼 실시간으로 결과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을 중독으로 이끈다.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조현섭 교수는 실시간 결과 제공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강한 기대와 보상심리를 제공한다라며 도박을 통해 충족된 내면의 심리적인 자극이 중독을 가속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불법 온라인 도박 업체는 꽁머니 만 원 지급’, ‘게임 머니 충전 시 10% 보너스 지급과 같은 문구를 광고 배너에 넣는다. 이러한 유도성 문구는 도박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동기가 되며 이에 도박 사이트를 광고하는 플랫폼 IP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도박 중독이 불러온 도미노 효과

A학우는 도박 중독 당시 자신의 생활에 대해 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느라 정상적인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사이버도박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중독 증세 외에도 경제적 문제 개인적 문제(정신·신체적 건강 저하) 대인관계 단절 학업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도박을 시작으로 사기 절도 폭행 협박과 같은 2차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대검찰청의 통계에 의하면, 2019년 청소년이 저지른 강도 사건 중 17.5%가 유흥비 및 도박비 마련을 위한 범죄였다. 특히 청소년들은 범죄집단을 형성하고 조직화 된 범죄를 행하기도 한다. 이에 권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무리 지어 다니려는 집단성이 강해 조직범죄로 나아갈 수 있다라며 가까운 친구에게 금전을 빌리는 행위를 시작으로 점차 범죄의 강도가 높아지며 극단적으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는 것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모두 엄연히 불법

우리나라 형법은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불법 사행성 행위에 해당하는 불법 온라인 도박을 범죄로 규정한다. 이로 인해 도박 이용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나아가 청소년 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한 규율을 통해 온라인 도박과 같은 유해 매체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인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그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약 6,037억 원 상당의 불법 온라인 도박 업체를 운영한 장 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후, 낮은 처벌 수위로 인해 오히려 재범 양산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비판도 있었다. 인터넷상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도박 특성상 결정적인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높은 강도의 판결을 내리기 어려운 점도 있다. 경찰인재개발원 서민수 교수 요원은 업체 측에서 단속을 의식해 새로운 사이트로 옮겨 버리면 증거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일부러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온라인 도박 업체를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청소년, 그리고 운영자 도박 근절을 향한 발걸음

도박치유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5~2018년 전국 5,705개 중·고등학교에서 도박 예방 교육을 제공한 학교는 23.6%에 불과해 도박 교육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또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교직원에 의해 교육이 제공되기에 그 내용의 전문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권 교수는 도박 교육에 대해 청소년이 도박에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초기 진입을 막을 수 있다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미 일상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로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은 교육만으로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 경우 국가에서 운영하는 도박 중독 치료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조 교수는 단순 도박 근절 치료보다는 청소년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돕는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도박을 예방하고 사후 처리가 해결되더라도 업체의 공급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도박 문제는 끝없이 양산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서 교수 요원은 온라인 도박의 게임 종류에 따라 적용받는 법의 종류가 상이한 점이 처벌을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라며 업체의 양산을 막기 위해서는 형량을 강화하고 법률을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한 학우가 실시간 도박에 빠진 모습(본 사진은 연출된 사진임).
사진ㅣ최서진 기자 seojinch@
실시간 도박 게임 캡쳐.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광고 플랫폼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