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머릿속이 새하얘진다’는 말은 단지 비유뿐인 말이 아니다. 백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면 자연 머리가 하얀색으로 가득해진다. 허공을 채워야 할 것 같은 압박 속에서는 아주 작은 생각 하나도 써 내리기 어렵다. 무언가를 써야 하는 모두가 겪는 일이고, 특히나 이 글을 읽고 있을 성균관대 학우들을 포함해 모든 학생들이 흔히 겪을 일이다. 나 역시 백지 위에서 차마 헤매지도 못하고 가만히 멍만 때리는 일이 잦다. 특히나 입시를 막 끝낸 신입생 때가 더욱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쓰기를 아주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신입생 시절 붙잡고 있었던 단 하나의 장소, 행소문학회 덕분이었다.

투고도 못 한 채로 일 년을 보냈지만 자율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동시에 내 이야기를 환영해 줄 곳에 몸담고 있다는 것을 어떤 지지대처럼 여기며 글을 쓸 용기를 얻었다. 수업 시간에 졸다가 꾼 짧은 꿈의 이야기, 홀로 금잔디 광장을 바라보다 떠오른 문장들, 막막한 미래에 대한 모호한 감정······. 생각을 그대로 적은 구절들이 모여 A4 용지 한 장을 채울까 말까 한 시들이 되었다. 문우(文友)들에게 조심스레 내 글을 내밀었을 때, 그들의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혹은 친근하면서도 꼼꼼한 소감들을 들으며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다는, 나의 감정을 헤아리려 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신입생을 졸업하고 동아리의 임원을 맡아 문우들이 투고한 글들을 보다 먼저 읽게 되자, 내 글만이 아니라 문우들의 글들까지 보다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주보에 올리기 위해 그 주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 보면 각자가 자신의 취향과 감정을 글에 소중히 담아 놓았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행여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가끔 실수를 하면 투고자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그들의 진심을 내 실수로 곡해해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

행소문학회에서 중요시하는 문우의 우정이란 진실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교류하며 이루어내는 것이다. 매주 총회마다 읽는 주보의 한 코너, ‘총회의 의미’는 정말로, 이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그것은 스스로의 마음을 한 번 더 헤아려 보는 일이고, 상대의 생각을 한 번 더 고려해 보는 일이다. 내 의견 말하기도 어렵고 상대 마음 알기는 더더욱 어려운 청춘들에게 문학이라는 통로로 그 누구보다 ‘우리’에게 진실해질 수 있는 시간이 바로 행소문학회의 총회이다.
 

 

 

 

 

이한나(국문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