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신혜 기자 (iriskim053@naver.com)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핵심

결과를 전부 납득하긴 어려워

새로운 고용 트렌드로 자리 잡은 AI 역량검사의 등장으로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쌓기에 더해 또 다른 부담이 생겼다고 호소한다. 취업준비생들은 AI 역량검사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기자가 직접 AI 역량검사를 체험해봤다. 

누구나 연습할 수 있는 AI 역량검사

AI 역량검사는 ‘잡다(JOBDA)’ 등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AI 채용 전문기관 다온컴퍼니 최준형 대표는 “AI 역량검사는 낯선 문제를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AI 역량검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촬영용 카메라, 크로마키 배경 등이 있는 ‘시민청 청년활력소’, ‘서울시 청년 일자리 센터’ 등을 취업 준비생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기자는 이 중 ‘시민청 청년활력소’에 방문해 AI 역량검사에 응시했다.

시민청 청년활력소 공간 중 화상면접실. 
사진| 김신혜 기자 iriskim0531@

지피지기 백전불태, 나를 알아보자 

가장 먼저 기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성향 파악 단계가 이뤄졌다. 성향 파악 단계는 △나 알아보기 △여러 개 선택하기 △하나만 선택하기로 구성된다. 지원자에 관해 묻는 간단한 단계로 자신을 잘 설명하는 선택지를 고르면 된다. 하나만 선택하기에서는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의 호불호 정도를 선택했다. 이어지는 여러 개 선택하기의 경우 유관순, 이순신, 정약용, 세종대왕 등 다양한 선택지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순서대로 나열했다. 최 대표는 “AI 역량검사는 비대면 평가여서 신뢰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선택지를 골라야 AI 역량검사에서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AI 역량검사의 핵심, 전략게임

성향 파악으로 긴장을 풀었다면 전략게임이 시작되는데, AI가 제시하는 게임을 모두 풀어야 한다. 전략게임은 본인이나 상대가 이기도록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는 가위바위보 게임, 세 친구가 선호하는 요일과 장소, 메뉴와 타고 온 버스 번호를 기억해 맞추는 약속 정하기 게임 등 9개의 게임으로 구성된다. 최 대표는 “전략게임은 집중력이 필요한 관문”이라며 “전략게임은 의도적으로 지원자에게 좌절감을 줘 지원자가 당황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처리해나가는 능력을 본다”고 전했다.

무작위로 나열된 글자의 개수를 비교해 어느 쪽의 개수가 더 많은지를 맞히는 ‘개수 비교하기’ 게임은 익숙하고 간단해 쉽게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약속 정하기나 가위바위보 게임과 같이 낯선 게임들은 주기적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최 대표는 “게임의 의도를 파악하기보다 직관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드디어 마주친 AI 면접관 

AI 면접은 △가치관 면접 △경험 기반 면접 △상황 면접 △질문 선택 면접으로 구성된다. 기자는 지금까지 이뤘던 목표와 관련해 기자의 어떤 강점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됐는지, 그 강점이 앞으로 일을 할 때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를 묻는 꼬리 질문을 받았다. AI 면접이라 정해진 질문만 있을 줄 알았는데 대면 면접처럼 꼬리 질문이 이어져 당황하기도 했다. 이에 최 대표는 “AI 면접은 지원자의 목소리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내고 얼굴을 10분의 1초 단위로 분석하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는 표정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는 상황 면접에서 기자는 ‘간섭이 없어서 편하지만 가르쳐주는 것도 별로 없는 리더’와 ‘꼼꼼하게 가르쳐주지만 사소한 것까지 본인의 방식을 고수하는 리더’ 중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모든 면접에서는 60초의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며 답변은 90초 안에 해야 한다. 일반 면접과 달리 준비 시간이 주어졌지만 모든 답변이 녹화되고 이를 AI가 하나하나 분석한다고 생각하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기자의 AI 역량검사 결과는?

결과는 다음날 잡다(JOBD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는 종합 응시 결과로 응시 목표나 방법을 잘 이해했으며 그대로 취업에 활용해도 좋다는 ‘Very Good’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응시했다는 평가 외에 응시 과정별 세부 보완 사항은 알 수 없어 아쉬웠다. 우리 학교 학생 인증을 마친 후에 기자의 역량에 대한 자세한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뛰어난 설득력, 강한 성공 의지, 규범을 준수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졌으나 계획력과 기억력, 긍정적 태도가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기자는 생산, 유통 분야를 추천받기도 했다. 자신에게 맞는 직군의 예상 면접 질문과 답변 가이드까지 상세히 제시돼 있어 다음 면접에 대비하기 용이했다.

그러나 AI가 위와 같은 판단을 한 이유는 결과지에서 찾아볼 수 없어 결과를 100%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최 대표는 “AI 채용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AI 채용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들은 새로운 채용 방식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 역량검사를 응시 중인 기자의 모습. 
ⓒ잡다(JOBDA) 홈페이지 캡처.
기자의 AI 역량검사 결과지. 
ⓒ잡다(JOBDA)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