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신혜 기자 (iriskim053@naver.com)

전전두엽 활성화 정도를 측정하는 전략게임

AI, 표정과 목소리를 순식간에 분석하다

'2분 30초 vs 3초.' 인사담당자 한 명과 AI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한 장을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반짝 특수’를 누리는 줄 알았던 AI 채용은 엔데믹 이후 오히려 확대되는 분위기다. 단시간에 수많은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어 널리 사용되는 AI 역량검사에 대해 알아보자.

취업시장은 지금...AI 역량검사 열풍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는 ‘언택트’ 바람이 취업시장에도 불고 있다. 2018년 처음 도입된 AI 역량검사에 대한 기업의 이용률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LG, 우리은행 등 1,000개 이상의 국내 기업이 AI 역량검사를 채용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2년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절차에 AI 역량검사를 추가해 △서류전형 △1·2차 면접 △AI 역량검사·최종 면접 순으로 채용을 진행했다. AI 채용 전문기관 다온컴퍼니 최준형 대표는 “AI 역량검사를 이용하면 채용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기업이 AI 역량검사를 많이 도입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해 취업을 위해 AI 역량검사에 응시했던 이예빈 씨는 “AI 역량검사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연습이 가능해 다른 인적성 검사보다 부담이 덜했으나 60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모든 행동이 평가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 임서현(경제 21) 학우는 “시공간의 제약이 적어 AI 역량검사에 효율적으로 응시할 수 있었으나 사람이 아닌 기계가 역량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 혼란스러웠다”고 밝혔다.

전전두엽 기능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하는 전략게임  

취업 준비 과정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AI 역량검사는 △성향 검사 △전략게임 △AI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인 성향 검사는 객관식 문항에 대한 지원자 답변을 분석해 도덕성과 책임감 등을 평가한다. 이어지는 전략게임은 △도형 순서 기억하기 △도형 회전하기 △카드 뒤집기 등 9가지 유형의 게임으로 구성된다. 최 대표는 “AI 역량검사에서 전략게임을 진행하는 이유는 게임의 결과보다 게임을 통과하거나 실패했을 때 지원자의 집중력 등을 평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답뿐만 아니라 마우스 클릭 횟수 같은 지원자의 다양한 반응과 무의식적 행동 패턴도 모두 평가 대상이다.

전략게임은 지원자의 의사 결정 과정 측정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심리검사에서 인지기능과 심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방식을 게임화한 것이다. 인지기능과 심리적 특성을 결정할 때는 우리 몸이 총체적으로 관여하지만, 그중에서도 전전두엽의 역할이 가장 크다. 뇌의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은 △계획 △의사 결정 △정서 통제에 관여한다. 전두엽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전전두엽은 △단기 기억력 △범주화 능력 △집중력 등과 관련이 있다. 전략게임 또한 심리검사와 마찬가지로 전전두엽의 활용 능력을 평가한다. 특히 전략게임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상의 상황에서 면접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측정하고자 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뇌인지회로연구실 김형 교수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전략게임을 수행하며 전전두엽은 무엇이 지원자에게 이득인지 등 가치 계산에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전략게임 중 카드 뒤집기는 여러 장의 카드를 원하는 만큼 한 장씩 계속해서 뒤집는 게임이다. 카드는 웃는 표정과 벌칙 카드가 있다. 웃는 표정을 뒤집으면 20점을 얻지만 벌칙 카드를 뒤집으면 100점을 잃기 때문에 카드 뒤집는 걸 언제 멈추는지가 중요하다. 지원자는 카드를 원하는 만큼 뒤집고 제출 버튼을 누른다. 기업은 카드 뒤집기 게임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을 자극해 지원자의 성향을 평가한다. 지원자가 어느 수준에서 카드를 멈추는지를 분석해 안정성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성향인지, 위험을 감수하고 이득을 추구하는 성향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기업은 전략게임의 결과에 따라 직책에 어울리는 지원자를 선택한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인 은행은 보수적인 성향의 지원자를 선택하고,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중시하는 증권사는 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적인 성향의 지원자를 선호한다. 김 교수는 “전략게임 과정을 행동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지원자를 단적으로 평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성향이 어떤 기업과 더 적합한 인재인지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딥러닝을 통해 빠르게 진화하는 AI 면접관 

전략게임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한 후에는 AI 면접관과의 본격적인 1:1 면접으로 이어진다. AI 면접은 소통 과정에서 지원자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지원자의 소통역량을 예측한다. 지원자의 소통 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AI 면접에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얼굴과 음성 분석 기술이 쓰인다. 기존의 얼굴 분석 기술은 사람의 얼굴 골격을 분석해 3차원 형태로 바꿨다. 그 후 적외선 촬영을 통해 얼굴 형태와 열의 분포를 스캔해 개인을 인식했다. 연세대 인공지능학과 최종현 교수는 “최근의 얼굴과 음성 인식 기술은 딥러닝을 통해 구축한 대용량의 데이터를 이용해 *End-to-End로 학습하기 때문에 고차원적으로 지원자의 얼굴과 음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본지 1699호 ‘자율주행차, 딥러닝 기술 안고 질주하다’ 기사 참조). AI는 화난 표정, 떨리는 표정, 웃는 표정 등 다양한 표정을 짓는 모델의 예시를 토대로 지원자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분석해 지원자의 감정 상태를 파악한다. 음성 분석은 수많은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원자 음성의 떨림이나 심장박동, 맥박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지원자가 돌발 질문에 얼마나 침착하게 대응하는지 파악한다. 최 교수는 “인사 담당자와 달리 AI는 데이터로 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많을수록 분석 과정이 정교하고 결과 또한 정확해 오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AI 역량검사, 지원자들의 신뢰 얻기가 급선무

AI 역량검사는 평가 방식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알고리즘이 복잡하고 베일에 가려져 있어 AI가 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 역량검사는 민간 기업에서 개발하는 만큼 평가 방식이나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김 교수는 “현재 역량 검사는 누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사람을 분류해 유형별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MBTI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역량검사는 MBTI와 달리 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계속해서 데이터베이스를 추가해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사람을 평가할 때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족한 영역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 End to End = 모든 과정을 단계 구분 없이 학습하는 방식 

 

 

 

 

AI 역량검사 공식 개발사 '잡다(JOBDA)'에서 제공한 전전두엽과 업무성과, 핵심역량의 관계. 
ⓒ잡다(JOBDA)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