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현 편집장 (dreamer7@skkuw.com)

제22대 유지범 총장 인터뷰

우리 학교 제22대 총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간단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총장에 선임됐다는 전화를 받은 저녁에 무척 행복했다면, 지금은 책임감과 부담감이 큽니다. 모두 알다시피 사회와 기술, 문화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이를 두고 막연히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오늘날은 그 변화가 직접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큰 기대를 좋은 결과로 발전시킬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단기적인 이야기입니다. 학교는 당장의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답을 구하기 어려운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어 부담과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총장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 오게 됐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슬로건으로 제시해주신 ‘인류와 미래 사회를 위한 담대한 도전’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학교와 학생의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단기적으로 볼 때 학교는 평가나 재정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인 어려움입니다. 담대한 도전이란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런 현실적인 요소에만 매몰되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10년, 20년, 나아가 앞으로 600년 뒤에도 우리 학교가 존경받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근시안적이고 현실적인 요소를 뛰어넘어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사회와 지속 가능한 형태로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졸업하고 취직에 성공한 것으로 훌륭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고 생각하진 말아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미래를 내다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큰 꿈을 꿔야 합니다. 나 혼자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향한 꿈이어야 합니다. 이처럼 학교와 학생의 담대한 꿈이 합쳐지면 인류와 미래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당 슬로건을 통해 전하고픈 것은 사실 담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소박한 이야기입니다.

‘성대다움’의 브랜드 임팩트를 창조하시겠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성대다움’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표현할 때 우리의 가치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성대다움’을 끌어냈습니다. ‘무엇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우나 동시에 중요한 이미지입니다.

우리 학교 교가를 보면 ‘배움만이 보배아닌 성균관대학 인의예지 그 자랑인 우리 대학교’라는 후렴이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가사에 나오는 인의예지입니다. 요즘처럼 인간 보편에 대한 가치가 흔들리고 해석이 다양해지는 때에도 인의예지는 변치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간에 대한 보편성과 기본적인 가치를 가지고 가는 게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성대다움입니다. 

한편 성균관은 사회 지도층을 양성하고 가르치는 곳입니다. 성균관 유생들은 최대 권력자 앞에서도 ‘아니 되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를 이끌어온 것입니다.

그렇기에 급변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지도자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때 단순히 과거의 전통과 인의예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새로이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즉 성대다움은 고정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해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이미지가 돼야 합니다. 

이렇듯 인간에 대한 보편적 가치와 지도자로서 가져야 하는 도덕적 의무, 그리고 격동의 시기를 이끌어가는 이미지라는 세 가지가 성대다움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이를 하나의 단어로 축약하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대학의 핵심 가치로 삼으신 ‘연구 능력의 강화와 확장’을 위해 우리 학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꿈과 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연구 능력이 강화되고 확장돼야 합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이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학생들의 연구 능력을 높이자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전문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학부 차원에서의 전문성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대화하고 소통하며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다른 분야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들 간의 소통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특정 주제를 뒀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한 생각은 각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물건을 나사로 연결하거나 용접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3D 프린팅 방식을 떠올립니다. 전공에 따라 문제를 보는 시각과 생각해내는 해결책이 다른 셈입니다. 이런 소통을 통해 연구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취임식에서 우리 학교의 데이터 및 융합 교육 시스템을 견고히 구축하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해당 교육이 발전해나갈 방향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전임 총장님께서 인공지능에 관한 기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이를 더 강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어느 학문 분야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합니다. 옛날에는 학생들이 전공지식만을 가져갔다면 이제는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정보를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면 누구든 인공지능과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융합 교육은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교과목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하실 계획인지 총장님의 의지가 궁금합니다.

몇 번에 걸쳐 총학생회, 동아리 등과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월요일 오전 시간을 내 간담회를 진행하려 합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잔디밭에서 학생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고 싶다는 꿈도 있습니다. 같이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만나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싶습니다. 취임하고 첫 학기는 계속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려고 합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은 젊기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기회도 많습니다. 그러나 달리 이야기하면 결정된 것이 없어 불안함도 클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틀려도 괜찮으니 과감하게 도전하길 바랍니다. 다시 길을 돌아오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지금 좌절하고 고민하는 1, 2년의 세월은 훗날 자신의 자원이 됩니다. 경험을 쌓다 보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경험이 모여 미래에 대학 시절을 돌아봤을 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모두 해왔다는 보람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두려움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전부를 확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택할 때는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학교가 학생들이 자신감으로 만들어가는 대학이 된다면,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달 13일 국제관 5층 글로벌 R&E 라운지에서 열린 성균관대학교 언론3사 총장 간담회 현장. 
사진 | 임규리 기자 gyul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