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진경 기자 (kmjnkg@skku.edu)

이번 주 문화면 기획은 외국 문화원이다. 취재를 위해 '어느 나라 문화원을 선정할까' 고민을 하던 기자의 뇌리에 몇몇 나라가 떠올랐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그래, 이 정도 나라라면 문화원도 괜찮지 않을까. 나름대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기사의 방향을 정했다.

대강 기사의 방향이 정해지자 프랑스 문화원의 한 직원과 인터뷰 약속을 잡은 후, 어떤 식으로 질문지를 작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에 휩싸였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을 하고 있는데 TV뉴스에서 앵커가 이라크 북구 송유관이 피격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라크...이라크...이라크? 한국에 이라크 문화원이 있나?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이라크 문화원’을 검색했다. 역시나 한국에 이라크 문화원은 없었다. 잘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샅샅이 뒤져봐도 이라크 문화원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 영국, 독일 등의 문화원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 이라크 문화원은 없다. 아프가니스탄도, 폴란드도, 헝가리도 없다. 오직 강대국 문화원만이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어찌 보면‘당연’한 일이지만‘당연’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인가. 세계 모든 나라의 문화원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자국의 독특한 개성을 뽐내기보다, 몇몇 나라가 자신의 문화를 세계에 강요하는 현실, 이는 단순히 문화원이 있고 없음의 문제를 넘는다. 21C는‘문화의 시대’가 아니라‘강대국 문화의 시대’란 말이 옳은 듯 하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문화제국주의란 말도 이제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얼마전 폐막한 아테네 올림픽. 흘린 땀방울만큼의 대가를 받는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지만, 국력의 순서대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결과에는 돌멩이를 던진다. 하긴 돌멩이 몇 개 맞았다고 꿈적이나 하겠느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