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들여다보기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스위스 정신과 의사 융은 콤플렉스에 대해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리적 내용 또는 그 내용을 중심으로 한 심적 요소의 어떤 일정한 군집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열등감과 같은 감정을 느꼈을 때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상기되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나타낼 때가 있다.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실수를 하거나 약속을 잊어버리는 건망증이나 갑자기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 속에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어떤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흔히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이렇게 감정적으로 동요하거나 흥분하게 되는 이유를 그 사람의 아픈 곳을 찔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통 그 약점을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열등감이라는 개념을 콤플렉스의 개념과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넓은 개념의 콤플렉스
하지만 서울임상심리연구소 윤화영 교수는 “콤플렉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열등감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감정 모두를 포함하는 큰 개념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콤플렉스란 그것이 의식을 자극할 때 대개 불쾌한 감정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렇다고 콤플렉스의 내용이 열등감과 관계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콤플렉스는 열등감뿐만 아니라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작용과 연관돼 있다. 어떤 사람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슬픔을 목격하고 눈물을 흘릴 때 그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거기 상영되고 있는 영화의 내용인 동시에 이에 반응하는 자기 안의 슬픔이라는 콤플렉스가 작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남의 일이라 생각한다면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 이러한 슬픈 감정이 바로 콤플렉스가 된다. 또 한 예로 외국에서 오래 살던 사람이 자기 나라에 돌아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민족콤플렉스’ 또는 ‘조국 콤플렉스’라는 개념에 의한 것이다. 이렇게 콤플렉스는 우리로 하여금 슬픔 또는 기쁨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또한 그만큼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콤플렉스의 원인
이러한 콤플렉스는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과거의 충격이 원인이 된다. 가령 어떤 사람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는 체험을 하게됐다. 이것이 계기가 돼 죽은 사람에 관하여 연상되는 것들이 배열되면서 그 연상들은 죽음과 하나의 응어리를 형성하게 된다. 나중에 이러한 연상을 자극하게 되면 그 사람은 죽음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고 이 사람은 어떤 반응을 하게 된다. 콤플렉스는 바로 이러한 트라우마부터 시작된다.
콤플렉스 개념의 한계
하지만 프로이트를 비롯한 융 이후의 정신분석자들은 콤플렉스라는 명칭의 사용을 꺼린다. 콤플렉스란 이론적으로도 만족스런 개념이 못되고 함부로 여러 가지 콤플렉스를 끄집어내는 것은 심리학적 유형화에 빠지게 돼 개인의 특수성을 무시하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심리를 파악할 때 콤플렉스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그 콤플렉스의 특성만으로 그 사람을 규정짓게 돼 그 사람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개인의 특성이 지어지기까지 그 사람의 다양한 경험과 그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복잡한 틀을 무시하고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해석해 콤플렉스라고 단순화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임상심리상담연구소 이명선 대표는 “이러한 유형화는 갈등의 이유가 복잡한 과거의 트라우마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콤플렉스에 대한 인식전환
영화 ‘굿 윌 헌팅’에서 간섭을 받지 않고 살아온 성장 환경 때문에 다른 사람과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윌 헌팅. 심리학과 교수 숀 맥과이어가 이런 윌 헌팅의 문제를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통해 콤플렉스라고 단정하고 그를 치료하려 했다면 윌 헌팅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윌 헌팅의 성장환경을 이해하고 윌 헌팅 개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마음으로 이해했고 또한 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콤플렉스.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묶어 신데렐라콤플렉스라든가 피터팬콤플렉스와 같이 어떤 콤플렉스로 명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콤플렉스를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 사람 한사람은 하나의 특성으로 묶어질 수 없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존재이다. 많은 사람의 행동 특성을 이름짓고 명명하기에는 편한 개념이지만 복잡한 개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개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