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제대로 알아야 훌륭한 번역가"

기자명 지해나 기자 (toymay@skku.edu)

제 2의 창작으로 불리울 만큼 번역은 중요하다. 번역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승욱 선배를 만나 번역가가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세를 물었다. 인터뷰 내내 열정적으로 질문에 답하며 후배들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만의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

이경훈 (인과계열1, 이하:이):어떤 대학 시절을 보냈나.
김승욱(영문84·졸, 이하:김) : 학교 영자신문사인 성균타임즈에서 활동했다. 신문사에 와서 시간을 보내다가 수업 시간이 되면 한번씩 수업을 가준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신문사 일을 좋아했다. 일주일에 한 번 영문으로 기사를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지금 번역 일이나 전에 했던 기자 일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토요일마다 영어회화 선생님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영어로 말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정애 (인과계열1, 이하:박):영어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김:통학하는 버스에서 또는 길을 걸을 때 상상을 했다. 이를테면, 머리 속으로 마이클 잭슨이나 마거릿 대처 수상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가상으로 떠올렸고, 상대가 어떤 답변을 할 지에 대해서도 내가 생각해서 서로 대화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말 사용

이:번역가가 갖추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탁월한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다. 하지만 번역에 있어서 내가 진정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는 능력이다. 국어의 오염이 심각하다. 무엇보다 중대한 문제는 문장 자체가 파괴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했다라는 것은’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했다는 것은’이 옳다. 오염된 우리말과 글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대로 된 우리말을 쓰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우리말의 기본 매커니즘을 모르는데 어떻게 외국어를 적절히 사용할 것인가. 우리말을 잘 하지 못한다면 외국어도 절대로 못한다.

박:번역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해준다면.
김:앞서 말했듯이 우리말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이 말할 때 올바르게 말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갖고 많은 책을 읽은 것이 번역 일에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번역은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다루기 때문에 잡학을 필요로 한다. 신문은 잡학의 보고이다. 자세히 읽어 둔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만족할 만큼의 번역을 하려면 머리 한 구석에는 항상 번역을 생각해야 한다. 무협지를 보면 주인공은 한 순간에 어떤 계기에 깨달음을 얻는다. 번역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영감이다. 하지만 요행을 기대하라는 것은 아니다. 무협지에서 내공이 쌓이고 쌓인 후 깨달음이 얻어지는 것처럼 번역 또한 그렇다. 아마 모든 일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스로 도전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

이: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은 고등학생 때와 별 다를 것 없는 생활을 하며 재미없게 지내는 것 같다. 대학에 들어온 이유는 배움에 있다. 공부를 할 때에도 자기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학생들은 학점에만 급급하고 진정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인생의 1/10도 되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 다녀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