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와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을 통해 본 우리 학문의 국제적 수준

기자명 박진희 기자 (puregirl@skku.edu)

일반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의 국제적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 등재된 저널에 발표한 논문 수로 평가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자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17,785편으로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인문사회 분야는 어느 정도로 평가될까.

자연과학 분야의 학술적 성과는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인문사회 분야의 세계적 평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처럼 인문사회 분야의 세계 연구 척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바로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과 예술·인문과학논문인용색인(A&HCI)이 있으나 안타깝게도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곤란한 상황이며 SCI에 비해 등재 현황이 훨씬 저조한 편이다. 이처럼 인문사회 분야의 국제적 성과가 저조하게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기술연구의 세계 진출 현황

먼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Science Citation Index)은 미국의 민간회사인 과학정보연구원 ISI가 1963년부터 과학기술분야 학술잡지에 게재된 논문의 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는 2003년도 SCI 데이타베이스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과학기술자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2002년도 14,916편보다 2,869편이 늘어난 17,785편을 발표해 19.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총 논문 증가율인 13%보다 높은 수치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가장 많은 299,336편을 발표했고 일본이 78,557편, 영국이 75,578편을 발표한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논문 발표 수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학별 순위에서 우리학교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SCI에 등재된 논문이 1018편으로 서울대와 연세대, 포항 공대에 이어 국내 종합대학 중 4위를 기록했고 세계적으로는 228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SCI 등재는 우리 나라 과학기술 연구의 세계순위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학별 연구 순위까지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인문사회연구의 세계 진출 현황

인문계 연구 성과의 해외 진출은 이공계의 논문 진출 현황이 객관적 순위로 보도되는 것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그 현황이 발표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SCI와 비슷한 것으로 사회과학분야의 연구는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과 예술·인문과학논문인용색인(A&HCI:Arts and Humanities)에 등재된 논문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공식적인 국제 순위는 집계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사회과학분야 SSCI에 국내 학술지 2종을 등재해 놓고 있으며 인문과학분야 A&HCI에는 1종이 등재 돼 있다. 국내 최초로 SSCI에 등재된 학술지는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의 저널 AJWS (Asian Journal of Women’s Studies)로 1997년에 등재됐다. 또한 동북아 지역의 안보 문제에 관한 논문인 한국국방연구원의 KJDA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도 2000년에 SSCI에 등재됐다. 

예술 및 인문과학분야의 학술지는 예술·인문과학논문인용색인(A&HCI:Arts and Humanities)으로 국내에서 하나만 등재돼 있다. 바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코리아 저널인데 2001년 처음 등재됐으며 한국학 영문 학술지이다.

인문계와 이공계 단순 비교 어려워

세계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 수만으로 인문계와 이공계를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국 학술진흥재단 강동섭 씨는“인문사회 분야는 한국적 부분이라서 특수성과 보편성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과학 분야처럼 단순한 SCI 등재 수치만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학교 연구진흥팀의 황상천 씨 또한 “이공계 학문은 객관적이고 세계 공통적이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우리 학문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하므로 단순한 수치 비교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과학기술분야의 SCI 보다 SSCI에 게재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인문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인문계 학술지의 세계 진출은 자연계보다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김정인 씨는“인문과학 분야는 개성이 강하고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계에 알릴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인의 정서에 기반해 굳이 남에게까지 선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낙후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사회연구 세계 진출의 난점과 개선 방안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신정완 교수는“우선 국내 학자들의 논문에 대한 외국 학자들의 인지도가 낮아서 논문을 인용하는 정도가 낮다.”라고 말했다. 인용도라는 것은 각 학회지에 실린 논문이 다른 논문에 얼마나 인용되는가를 말하며 인용 횟수가 높을수록 좋은 논문으로 평가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교수들은 국내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보다는 외국 저널에 직접 게재하는 방법을 선호하기도 한다.

신 교수는“유명 대학 도서관에 우리 학술지를 많이 배포해 많은 세계 연구진들에게 우리 학술지를 알릴 필요성이 있으며 국내 학회에서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의 출판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번역의 문제도 인문사회연구의 세계화에 있어 난점으로 작용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출판홍보팀 신종범 씨는 “많은 연구자들이 외국에 논문을 발표할 엄두를 내지 못하며 또한 논문을 발표하더라도 언어표현상 차이로 인해 뜻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국내 대학원 과정에서 영어로 직접 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국문 발행본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우수한 번역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번역 시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의 학문적 성과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야말로 주체적 세계화의 지름길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