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자료조작 점점 악질화

기자명 안영준 기자 (g1014@skku.edu)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종종 ‘훌리건’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본래 축구장 난동패를 뜻하는 것으로 광적인 응원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객관적인 기준 없이 특정 대상을 옹호하거나 비방하는 집단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입시에 관련한 훌리건들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특정 대학을 근거나 객관적인 자료 없이 옹호하거나 비방한다. 이런 행위에 반응하여 또 다른 옹호나, 비방 글이 나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들은 지속적으로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류의 훌리건들이 집단화되고 있다. 현재 다음 커뮤니티에 만들어진 훌리건 관련 카페만 해도 50여개이다. 특히 구 훌리건 천국(현 대학생 천국)이라는 카페의 회원 수는 10만명이 넘는다. 더 이상 특정 개인이 아닌 하나의 영향력 있는 집단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훌리건들의 활동은 ‘진학사’ 라는 입시정보 제공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그들은 여러 학원에서 발표하는 배치표를 근거로 자신들의 대학이 특정 대학보다 더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입시가 더욱 치열해 지고 인터넷에서 입시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입시상담 사이트가 생겼다. 이 같은 현실이 훌리건들의 활동 무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행동 경향도 다양해 졌다. 예전에는 입시점수를 근거로 하는 활동이 주류를 이룬 반면 근래에는 SCI논문 발표 수, 사법고시 합격 인원, 대기업 취업현황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매우 위험한데 그 이유는 객관적인 자료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들을 교묘히 조작하여 사실을 은폐,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수험생들이 갖는 특정 대학에 관한 이미지를 바꿔놓는 경우도 있다.

그 실례로 한 네티즌이 올린 모 여대 입시점수 관련 논란이 있다. 여러 입시상담 사이트에서 얻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여러 통계를 내어 “모 여대 입시점수는 거품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글은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자료를 인용하여 마치 기정 사실인양 써놓아 큰 논란을 일으켰다. 때문에 모 여대 입시점수에 관한 큰 파장이 일었고 사람들은 이것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또한 훌리건들의 행동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1차적인 문제 외에도 학벌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사회는 학벌 타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반면 훌리건들은 공공연히 서열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의 대학이 특정 대학보다 높은 서열을 갖는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상대 대학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이와 관련 사이버 수사대의 한 수사관은 “사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훌리건들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잘못하면 법률적인 문제에도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훌리건의 기본적인 활동 동기는 모교에 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이러한 애교심도 한쪽으로 편향된다면 문제가 된다. 훌리건들은 그들의 학교에 대한 사랑으로 타교를 비방하거나 학벌을 조장하는 류의 행동을 하기보다는 애교심을 좀더 발전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