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로봇 박물관 스케치

기자명 함초아 기자 (choa84@skku.edu)

로봇의 역사는 장난감 로봇의 발전과 그 길을 함께해 왔다. 또한 영화나 만화에 등장했던 로봇이 실제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 문화컨텐츠용 로봇이 실제 산업로봇으로 응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각종 로봇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로에 자리 잡고 있는 ‘로봇박물관’(관장:이윤재)이다. 이 로봇박물관엔 문화컨텐츠 전문가인 명지전문대 백성현(시각디자인) 교수가 수집한 각종 엔틱(antique)로봇과 지능로봇 총 3천5백여점이 전시돼 있다. 로봇의 태동부터 미래의 지능로봇까지 테마별로 구성, 전시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봇박물관의 제1전시관에는 로봇발전사, 세계의 초기로봇, 한국의 초기로봇, 로봇명품관 등이 있다. 전시관에 처음 들어서니‘아담과 이브’라는 자그마한 로봇이 눈길을 끌었다. 1977년 홍콩에서 만들어진 이 로봇은 라디오 기능을 갖고 있으며 남, 녀가 서로 마주보면 맞물리게 제작돼 있다. 아담과 이브 로봇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자 은빛의 아름다운 여자 로봇이 보였다. 이 로봇은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했던 여주인공 ‘마리아’이다. 1926년에 제작된 이 로봇은 1차대전 종전 이후 구원의 화신으로 재조명된 잔다르크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며 후에 등장하는 섹시로봇의 기원이라고 한다.

전시관 안쪽에 위치한 ‘로봇명품관’에는 △일본 △미국 △홍콩 △대만 △스페인 △브라질 등 총 40개국의 다양한 로봇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이 로봇들은 스위스의 시계로봇, 미국의 미키마우스, 슈퍼맨로봇 등 각국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박물관 김선형 큐레이터는 “이 로봇들은 세계적으로 몇 점 생산되지 않은 희귀로봇”이라며“ 이 중에는 수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고가의 로봇도 있다”고 말했다.

전시관 3층에는 3D입체영상실, 영화 속 로봇, 로봇 문화상품, 지능작동로봇 등이 전시돼 있다. 3층 전시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관람객이 리모콘으로 직접 작동을 해볼 수 있는 지능로봇 ‘사피엔’이다. 이 로봇은 미국 NASA에서 개발한 것으로 컵을 집어 건내거나 춤을 추고 음성을 인식하는 등 60여가지의 기능을 할 수 있다. 또한 일본 소니의 애완로봇 ‘아이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강아지로봇도 있다. 이 로봇은 사람이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에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어 손을 갖다대면 얼굴을 부비고 누워서 구르는 등 혼자 작동하는 자율 운동 로봇이다.

관람객 최진호 씨는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옛날 로봇을 볼 수 있어 정겨웠고 처음 보는 다른 나라의 로봇들 등 특이한 볼거리가 많았다”며 “관람뿐만 아니라 직접 작동도 해 볼 수 있어서 재밌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귀한 로봇과 고가의 명품로봇 등의 로봇 볼거리에 비해 규모가 작은 3D입체영상실과 영화나 만화 짜깁기에 불과한 로봇 관련 영상은 그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 또한 아직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관람객도 많지 않았다. 

이에 김 큐레이터는 “로봇 수집가나 엔틱로봇 매니아분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다기능의 산업용 로봇은 아니지만 세계에 얼마 없는 희귀 엔틱 로봇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태권 V, 아톰 등 정겨운 추억의 로봇을 보고 싶을 때, 최신 애완 로봇을 작동해 보고 싶을 때, 엔틱로봇과 지능로봇이 공존하는 이곳, ‘로봇박물관’에 들려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