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연 기자 (idealist13@skku.edu)

멋진 외모의 모델과 화려한 각도로 잡아낸 순간의 이미지. 이런 것은 인상적인 광고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때론 이미지보다 더 강하게 뇌리에 박힌다.

때로는 시의 한 구절 같고, 때로는 포스터의 선전 문구 같기도 한 광고 카피. 제품 광고임에도 다분히 공익 광고적인 성격을 띤 한 드링크류의 광고에서는 ‘지킬 건 지키는’ 청년이 등장해 수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낯설게 여겨질 만큼 올바른 행동을 보여주는 이 청년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지켜야 할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를 한탄할 밖에.

현실감이 떨어지는지 몰라도 이 광고 카피는 젊은 세대의 패기를 느끼게 해 흐뭇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고급’임을 강조한 몇 가지 광고의 카피는 때로 웃어넘길 수 없는 위화감을 준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는 아파트 광고 문구는 그만큼 당신의 격을 높여주는 주거 공간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어필하기 위한 문구였겠지만,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이 나 자신의 어떤 특성이 아닌 소유물에 의해 설명가능 하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대한민국 1%’는 또 어떠한가. 적지 않은 광고들이 자신의 제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품이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는 뉘앙스의 광고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광고 문구에 대해 홍세화씨는 한 잡지의 칼럼을 통해‘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문화가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유를 통해 개인이 설명되는 사회, 오늘날 한국 사회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양성 평등, 양성성의 개발 등이 중요시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된 이야기지만 광고 속의 성 역할은 아직도 판에 박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드레스를 차려입은 유명 여배우는 양쪽으로 문이 열리는 커다란 냉장고 옆에 서서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냉장고 하나가 ‘여자라서’행복한 의미를 준다니, 여자가 고작 그런데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일까.

광고 속 남자들은 어떠한가. 한 자동차 광고, 수묵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 속의 긴 길을 달려오는 자동차 위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카피가 화면에 떠오른다. 강한 리더십과 중후한 품격은 여전히 광고 속에서 남성의 전유물이다. 이런 광고들을 보면 광고 속 남자와 여자의 캐릭터는 어린 시절 국어 교과서 속의 영희와 철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보고 지나치는 광고지만, 무의식적으로 보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는 것이 또 광고다. 은연중에 광고에서 말하는 허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