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형진 편집장 (rioter@skku.edu)

학교를 다니면서 기자라는 역할을 함께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도 늘 집중하고 나름대로의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하게 된다. 때문에 신문사 동기가 아닌 친구들과 캠퍼스를 거닐 때면 나는 종종 산만하고 ‘쓸데없는 것’에 집착한다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얼마 전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서 내려오다가 본 대자보도 나에게 집착을 하게끔 했다. ‘잃어버린 교육권을 찾아서...<Another 2010>을 제안해 드립니다’. 제목을 보니 내용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왠지 궁금해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홈페이지에는 등록금에 관한 내용, 재수강과 수강철회제도, 수강신청의 어려움 등등...아직 그리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는 문제에 대한 글들이 있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네’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기 전에 왜 이들은 이런 지겨운 문제들을 계속 요구하는 것이며 왜 이런 상황이 자꾸 반복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가끔 등록금이나 수업과 관련해 대학본부에 취재를 가다보면 자주 발견되는 오류가 있다. “학교의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 “조금만 참으면 다 좋아진다” 등의 논리가 그것이다. 마치 새마을 운동의 구호처럼 발전이라는 명분에 묻혀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억누르고 묵살하려는 이 논리 덕분에 위의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대학평가와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구법학관과 학생회관의 도장작업이 한창이다.  해당 구성원들이 환경개선을 요구할 때는 어차피 없앨 건물에 왜 돈을 쓰느냐,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주장하던 학교측은 대학평가와 관련한 실사가 나온다는 소식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평가이고 개선인가?

학교는 현재 외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전 2010+에 기초한 여러 사업들도 많은 부분 진행되고 있고 대학 간 비교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면서 학교의 이미지 또한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근거로 인해 재학생들은 피해를 받고 있다. 당장 교육을 받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언젠가 학교가 발전할 것이고 그에 따라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금만 참아라는 식의 논리가 곳곳에서 퍼지고 있다. 심지어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논쟁이 한창일 때 몇몇 학우는 “우리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돈을 좀 더 내는 것이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학생들이 성균관대학교를 선택하고 입학한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학보다 양질의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려는 기대감도 크게 비중을 차지하며 이것은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하지만 현재 우리 대학의 모습은 어떠한가? 단지 발전과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긍정적인 혜택에 대한 ‘가능성’ 만으로 정작 학교에서 학습하는 당사자들의 권리를 뺏고 있지는 않은가? 일반 학생들은 가능성만으로 한 학기 몇 백만원을 투자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