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3대파병국 공동행동 스케치

기자명 박소영 기자 (zziccu@skku.edu)

지난 9월 24일 오후 3시. 더할 나위 없이 화창한 서울역 광장에는 검은 제복을 입은 전경들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대기 중이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이날 집회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었다.‘9.24 이라크 점령 종식을 위한 3대 파병국 공동행동’이라 적힌 연단이 설치된 서울역 광장에는 형형색색의 깃발과 피켓을 든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반전평화가수 손병휘씨가 연단으로 나와 통기타를 치며 박노해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샤이를 마시며’를 부르자 지나가던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손병휘씨는 “이번 행사가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지속적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고 연단에 나선 파병반대국민행동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의장은 “미국인의 55%가 반대하는 전쟁에 우리나라가 왜 공범자로 참여해야 하는갚
라며 하루빨리 파병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장 한쪽에서는 미국에서 이라크 반전 운동의 불을 붙인 신디 새한의 활동에 대한 전시와 10월 17일 있을 여성행진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11월에 열리는 아펙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하는 부시를 규탄하자는 내용의 팸플릿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재은 기자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담당간사는 UN의 기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현재 국회가 추진 중인 PKO법이 “UN이 요청하면 국회 동의 없이 즉시 파병 가능한 법안”이라며 “이것은 제2, 제3의 이라크 파병을 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적극적으로 반대해야한다”고 밝혔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변연식 공동대표는 미국, 영국 등 각국의 반전 단체가 보내온 반전 지지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투쟁 결의문을 낭독한 전국학생연대회의 정화 대표는 ‘전쟁과 빈곤 확대의 장’인 아펙의 반대 투쟁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집회의 하이라이트인 거리 행진이 서울역에서 광화문까지 이어졌다.“미국은 이라크를 떠나라!”다소 강하게 다가오는 구호들에 곡조가 붙여 외쳐지자 거리는 축제처럼 흥분으로 가득 찼다.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행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요즘 학생들은 예전에 비해 자유롭고 형식적인 부분에 얽매이지 않는 것 같다”며 집회 모습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행진으로 인해 점령당한 긴 도로 위의 신호등은 온통 빨간불이었다. 시민들은 행진 행렬에 의혹에 찬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고, 통쾌함까지 느끼는 것 같았다. 악을 쓰는 듯 한 구호 선창으로 목소리가 갈라져도, 집회 참가자들은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데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듯 했다. 어느덧 5시가 넘어서 행진은 광화문에서 끝을 맺었다. 우리 학교는 이날 △김귀정 생활도서관 △다함께 △문과대 △민노당 학생위원회 △사회대에서 3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우리 학교 다함께의 일원으로 참가한 조승수(사과계열1)양은“가슴이 벅차오른다”라면서도 “우리 학교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비췄다.

이날 집회에는 약 6백여 명이 참가했다. 비록 수만에서 수십만의 사람들이 참가한 미국이나 영국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중요한 것은 참가한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꾸준히 파병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들이다. 부당한 전쟁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뜨거운 열정으로 전해진 집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