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선아 기자 (viariche@skku.edu)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다. 그러나 중국에서 ‘코카콜라(Cola-cola)’를 달라고 하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코카콜라’라는 이름 대신 ‘먹으면 먹을수록 즐거움을 더한다’는 의미의‘커우커커우러(可口可樂)’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은 외국의 고유명칭을 자국어의 뜻과 발음에 맞춰 알맞게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외국에서 수입된 제품을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자국민들의 정서에 맞게 토착화시킨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외국어의 유입을 막는 ‘중국식 자국어 사랑’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글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중국만큼 우리말을 충실히 가꾸지 못하고 있다. 가깝게 주변 아파트의 이름을 살펴보자. 타워 팰리스(Tower Palaces:귀족의 성), 상떼빌(Santevill:건강한 마을), 자이(eXtra Intelligent의 약자:특별한 지성)등 우리말 단어가 있음에도 외국어를 사용해 이름을 짓고 있다. 이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각종 표어(슬로건)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로 선정되긴 했지만 ‘Dynamic Korea’가 우리나라 표어로 등장한 뒤‘Hi Seoul’,‘Colorful Daegu’,‘Tour Partner Gwangju’등 주요 광역시가 모두 영어표어를 제정했다. 왜 이렇게 한글이 아닌 외국어가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그것은 외국 것이 더 우수하며 세련됐다고 느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말 전문가들은 이렇게 우리 말에 대한 관심을 잃고 남의 말에만 익숙해지면 한국문화는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또한 한글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은 그의 저서『우리말 존중의 근본 뜻』에서 ‘사람은 다 제 고향을 가졌고, 또 어미 말을 가졌다. 타행으로써 고향을 대신할 수 없음과 같이 남의 말씨로써 제 말씨를 갈음할 수 없다’고 우리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한글은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진 우리 민족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글을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일인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말을 잘 살려 바르게 사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계 속에 주체적인 한국으로 당당히 설 수 있다.

지난 학기, 우리 학교 표어는 ‘문화전통과 첨단과학이 어우러진 고등 교육의 요람’에서 ‘Unique Origin Unique Future’로 바뀌었다. 국제화 시대에 세계 공용어를 통한 교류가 중요해진 만큼 이러한 변화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말 가꾸기에 대한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반성해 보면서 이러한 표어의 변화가 과연 최고의 선택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스스로 한글을 더 아끼고 더 사랑해야 한다면 표어 하나에도 좀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