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란 기자 (behappy19@skku.edu)

‘Video killed the radio star’. 그룹 ‘버글스’의 이 노래는 라디오의 몰락을 가리키는 비유로 흔히 인용된다. 그러나 노래와 같이 라디오는 곧 몰락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라디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하며 청취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지 않은가. 변화를 꾀하는 라디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알아보자.

우리사회 속의 라디오

오늘날 우리 사회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라디오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1927년 경성방송국을 통해서다. 이후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던 1970년대 중반까지 라디오는 가장 중요한 오락 중심의 대중매체 였다.

특히 60년대에는 라디오 보급률도 높지 않았음에도 대중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한 예로 60년 KBS에서 제작된 라디오 드라마 ‘현해탄은 알고 있다’는 최고의 청취율을 기록하며 영화로까지 제작된다. 이로 인해 대중에게 당대 성우는 TV스타보다 우상이었다. 또한 ‘별이 빛나는 밤에 ’와 같은 인기 장수 프로그램은 1970년대부터 대중 문화 형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라디오는 80년대 컬러 영상의 시대가 개막되자 점차 TV의 보조매체로 한 걸음 물러나게 됐고 이후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출현에 따른 다매체 시대와 함께 외면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TV와 차별화 된 라디오만의 특성과 장점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대두되며 라디오는 여전히 환영받고 있는데, 이는 우리사회 전반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보유대수 1천만 대를 돌파한 자동차 문화, 개인주의적 성향증가에 따른 청취 형태의 변화 등 라디오가 효과 있는 매체로 주목받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라디오는 변화 중

이와 같이 라디오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대중에게 다양하게 수용되며 사회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라디오만의 차별성을 살린 다양한 시도는 라디오가 적잖은 매니아층을 보유하며 명맥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청각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진행과는 다른‘보는 라디오’가 바로 그것이다. 보는 라디오에는 라디오 방송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하는 방법과 지상파 DMB로 수신해 이미지 전송이 가능한 라디오방송이 있다. 현재 라디오 DJ들은 보는 라디오를 활용해 먹으면서 하는 라디오, 미니 콘서트 형식의 라디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 DMB를 시행함으로써 통해 라디오 뉴스는 보도사진 등의 자료를 방송해 뉴스내용의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스포츠 중계시에는 현장화면을 곁들일 수도 있다. 더불어 외부 단자 연결만으로 일반 휴대폰에서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이는‘모디오(Modio)’라 불리는 제품으로 작은 기기를 휴대전화 하단의 데이터 단자에 연결시키기만 하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모디오는 기존의 라디오보다 훨씬 편리하고 쉬운 사용방법으로 환영받고 있다.

아마추어 그러나 프로다운 방송

이처럼 전송방식과 함께 라디오 방송의 주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라디오 방송의 주체가 전문 방송인에서 일반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이것의 예로는 일명 동네 방송이라 불리는 소출력 라디오방송이다. 소출력 라디오방송은 제한된 지역에 프로그램을 송신하는 지역밀착형 방송으로 보통 방송사로부터 반경 5Km 내외에서만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마포 △ 관악 △분당 △대구 달서구 등 8개 지역에서 이를 시행중이다.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인 마포FM의 김종호 대표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우리나라 언론ㆍ방송은 너무 중앙집권적이었는데 이제야 지역 주민이 내 얘기, 우리 이웃 얘기들을 꺼낼 수 있는 자치방송이 시작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소출력 라디오는 특히 프로그램 기획에서 진행까지 모든 업무가 다양한 직업군, 연령층의 지역주민 자원봉사자로 이뤄진다. 이는 청취자가 라디오의 일방적인 수용자에서 나아가 직접 만들고 송출하는 능동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처럼 라디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급속한 디지털화 속에서 그들만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라디오는 다른 매체에 비해 다양한 변화가 힘든 틀을 가지고 있지만 라디오 매체의 잠재력과 차별화된 고유한 특성을 활용한다면 예전의 황금기를 다시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은은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라디오. 매체를 오가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정감을 들려주는 라디오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