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자유 방임 경쟁시키는 곳은 한국대학이 유일
우리가 신봉하는 미국교육도 강사 처우 열악하지 않아
우린 100m 달리기에서 50m 뒤쳐져서 출발하는 꼴”

기자명 강준영 기자 (hispider@skku.edu)

최근 여러 대학들은 가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발전하기 위한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그러나 이런 가시적 성장 아래 시간강사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동안 열악했던 시간강사는 학교 발전에 비례해 대우받고 있는가. 총 교원수의 50%를 넘어선 시간강사. 대학의 실질적 교육주체로 자리매김한 그들의 현재 실태를 들어봤다.

   
■ 시간강사가 현재 당면한 문제는
강의료 문제, 6학기 위촉제한제, 고용계약서 미작성, 수강 인원 문제, 연구실 부족 등 한 두 개가 아니다. 대학은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꺼려왔다.

■ 강의료는 우리 학교가 4년제 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 하는데
그렇다. 우리는 시간 당 4만 9천원을 받는데 이는 전국 4년제 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강사로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6학기로 제한돼 있고 우리가 강의할 수 있는 법정시수가 한 학기당 최고 9학점에 불과해 우리가 한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월급이 1백50여 만원이 채 안된다는 것이다.

■ 이정도 월급으로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
학교 2, 3개는 강의를 나가야 먹고살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학교 강의료는 대부분 시간 당 2~3만원에 불과하며 6학기로 임용이 제한되어 있어 더 열악하다. 그러나 우리학교 강의료도 현실적이지 않다.

■ 고용 안정성은 이전에 비해 어떠한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강사는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고용계약서를 쓰지 않는데 이는 학교가 강사의 위치를 제도화시키지 않고 자유자재로 이용하기 위함이다. 학교는 강의평가 A등급을 맞으면 1학기를 더 준다면서 생색내고 있는데 그래봤자 최고 7학기 강의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강사의 교육 열의가 발휘되겠는가. 옛날 시간강사는 교수로 임용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인식됐지만 지금은 하나의 고착화된 실질적인 직업군이다.
본래 강사제도의 취지는 전임교원이 부재시 임시로 고용해 일을 맡기는 것인데 현 실태는 본래 강사제도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학교는 학내 강사의 위상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예전 그대로의 제도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신봉하는 미국식 교육제도도 강사의 열악한 처지를 방치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이처럼 약자를 방임하고 경쟁하게 하는 교육제도를 가진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더군다나 성대같이 일류대를 지향하는 학교가 이러면 안 된다.

■ 연구 지원 상태도 열악한가
없다.(웃음) 무슨 연구지원인가. 공인된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면 연구비를 준다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논문 등록비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우리가 그런 양질의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연구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퇴계 인문관 7층 강사연구실 뿐이다. 개인마다 연구실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편안히 앉아서 연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린 100m 달리기에서 50m 뒤쳐져서 출발하는 꼴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강의 평가에서 강사가 결코 교수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다.

   
퇴계 인문관 7층 강사연구실. 학내 강사들을 위한 연구실은 여기 한 곳뿐이다.
■ 그럼 방학 때는 어디서 연구하는지
할 곳이 어디 있겠나. 집에서 하거나 알아서 해야 한다. 얼마 전엔 경영관 대학원 도서관에 들어가려다 강사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다시 나왔다. 방중 연구비는 전혀 없다. 강사가 강의하는 시간만 노동시간인가. 강의를 위해선 연구도 해야 하고, 수업도 준비해야 한다. 이런 노동까지 포함해서 연구비가 지급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교수에겐 연구비가 지급되고 있다.

■ 그밖의 강사 처우에 대해 말해 달라
말한 것 외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적정 수강인원이다. 이것은 비단 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강의실에 그것도 전공수업이 70명이란 게 말이 되는가. 분명 30명 수강할 때와 70명 수강할 때가 다르다. 학생 수가 적을수록 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교육 수준도 올라간다. 그러나 70명이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교수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학생과의 관계가 진정한 선생 제자의 관계로 성립될 수 없다. 게다가 효율성도 떨어진다. 우리는 강의 적정 인원제도 확립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그러나 학교는 법대를 짓고 보자, 공간이 부족하다 이렇게 핑계만을 대고 계속 미루고 있다.

■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다음달 9일 임금단체협상에서 강사복지에 대한 요구사항을 학교와 협의할 것이다. 논의주제는 4대 보험의 전격 적용, 객관적인 강의평가제도 확립, 비정년트랙교수와의 차별문제 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몇몇 강사들의 인식인데, 강사에게 연구실이 필요하냐는 등 현재 강사가 받는 처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강사들이 고착화된 잘못된 구조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