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이주노동자축제 스케치

기자명 박소영 기자 (zziccu@skku.edu)

축제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브리야티야라는 낯선 국가의 부스 앞에서 펼쳐진 전통 춤과 노래였다. 바이칼 호수 남동쪽에 위치한 나라 사람들답게 두꺼운 전통 의상을 입은 브리야티야인들은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췄고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올해로 2회째를 맞아 지난달 28일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2006이주노동자 축제는 문화관광부 주최, 2006이주노동자축제추진위원회의 주관으로 이뤄졌으며 18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총 20개의 국가별 부스가 설치돼 각 나라의 △전통악기 △전통의상 △전통음악 △전통놀이 등 전통문화를 소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최측에서 만든 여권을 나눠주고 각 나라의 문화체험부스를 방문해서 풍물을 체험하고 나면 그 나라의 국기도장을 여권에 찍어주도록 해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스리랑카 부스 앞에서는 팔이나 얼굴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페이스 페인팅이 이뤄졌고 베트남 부스에서는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을 관람객들이 직접 꾸미고 있었다.

나라별 문화체험 부스 외에도 문화관광부, 여성가족부가 부스를 마련해 한국어 교재를 나눠줬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가짜 여권과 진짜 여권을 구별하는 법을 알려주자 사람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설명을 들었고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린 노동부 부스에서는 각 국의 언어로 쓰인 △사업장 △한국 생활 적응 방식 △근로법과 관련된 책자를 나눠 줬다.
넓은 잔디밭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노래자랑 대회와 풍물패의 공연, 남사당패의 줄타기 공연이 사람들의 열띤 호응 속에 열렸다. 잔디밭 한 쪽에서 파는 각국 전통 음식의 특색있는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국 음식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반면 케밥을 파는 줄은 너무 길어 음식을 받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자국 음식을 먹으며 둘러앉아 담소를 나눴다.

축제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는 총 3만 여명. 전국의 사업장에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싣고 온 버스만 1백10대였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디폰은 “한 달 전 이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어제 서울에 왔다”고 말했다. 버스 대절을 해서 단체로 온 외국인 노동자 말고도 많은 가족들이 자국의 전통의상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아이들과 함께 참가해 사진을 찍고 비디오로 축제의 현장을 담기도 했다.

축제는 시종일관 평화롭고 흥겨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노래가 있는 곳에는 항상 춤이 동반됐고 사람들은 오랜만에 자국 노래를 소리높여 부르며 춤에 합세했다. 그러나 축제 속에서도 모든 부스마다 내걸린 “이주 노동자의 전면 합법화를 촉구합니다!”란 문장은 40만 명의 이주노동자 중 50%가 불법체류자라는 무거운 현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축제는 하루뿐이지만 다음날부터 그들의 힘겨운 일상은 전국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래도 축제는 의미를 갖는다. 이 축제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스리랑카 노동자를 만났을 때 그들의 흥겨운 리듬과 춤을, 네팔 노동자를 만났을 때 맛있는 케밥을, 몽골 노동자를 만났을 때는 몽골의 전통 놀이도구인 샤가이를 기억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문화를 실제로 체험함으로써 문화적 공유가 이뤄질 때, 그리고 이것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몰이해를 극복하는 요소가 될 때, 이들에게 가해지는 이 땅의 차별과 폭력의 칼날은 점점 무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