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교육개방

기자명 이혜인 기자 (kirufif@skku.edu)

지금 대한민국은 한미FTA 협정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또한 이 광풍을 피해갈 수 없는 모양인지 이 부분에 대한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는 한미FTA 교육개방을 통해 △대미 유학적자 감소 △국내 교육 질 제고 △고급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교육개방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점점 번져가고 있다. 한미FTA 교육개방 이후 교육 분야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미국대학 분교, 유학생들 잡을까

정부는 대미 유학생 10% 감소 시 연간 1천5백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한미FTA 교육개방이 이뤄지면 해외 대학의 국내 분교설립이 용이해져 유학생들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한·미 FTA 교육서비스 협상 전략 및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유학전문 어학원 수강생 1천1백명 중 65.4%가 미국 대학 한국 분교가 미국 본토와 모든 여건이 동일하고 등록금 수준이 국내와 비슷할 경우에도 여전히 미국으로 유학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해당 분교가 미국 내 상위권(1~40위) 대학일 경우의 것이고 순위가 내려갈수록 국내 분교로 진학하고자하는 학생 수도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 참조>

이와 관련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범국본)의 교육·학술 공동대책위원회(이하:교육공대위) 배태섭 상황실장은 “미국 내 유수 대학들은 WTO나 FTA에 의해 교육이 거래되는 것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유학생들이 주로 원하는 대학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내다봤다.

영리법인화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한미FTA 교육 분야의 또 다른 쟁점은 교육 재단의 영리법인화 문제다. 이에 대해 교육부 이필남 사무관은 “이미 충분한 검토가 있었고 한미FTA에서는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학법에 따라 비영리법인만을 허용하기로 결정된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육개방이 된다면 영리법인화는 자연스런 추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영리법인이 늘고 있는 미국 대학의 분교 유치를 위해 영리법인화는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미국 내 영리법인은 전체 2년제 사립대학 중 79.5%, 4년제 사립대학 중 16.2%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고등교육기관 중 영리법인의 비중은 매우 높지는 않으나 「한·미 FTA 교육서비스 협상 전략 및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최근 성장 추세 측면에서 영리목적 대학이 기존 대학을 훨씬 앞서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경쟁력 있는 미국의 영리법인 교육기관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국내 교육법인 사회도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한미FTA 후 국내에 진출하는 미국 대학들이 자국에서와 같은 규제 수준을 요구한다면 이를 허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국내 대학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영리법인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향후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의 영리법인화 관련 문제는 꾸준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AT, 한국에 뿌리내릴까

지난 7월 있었던 미국 측의 SAT 도입 발언에 교육부는 “미 측의 SAT 언급은 우발적인 예시였다”며 구체적으로 협의된 사항은 아님을 해명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이필남 사무관은 “아직 이에 대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미래의 일을 막연하게 염려하는 것은 염려를 넘어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도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SAT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홍보대로 해외 대학들이 국내에 들어와 SAT를 입시 요강에 포함시킨다면 국내 대학들 역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이를 입시에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체제 상 대학 입시에 종속돼 있는 우리의 초·중등교육도 SAT, 그리고 이를 위한 사교육 열풍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결국 이것은 공교육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실장은 “정부는 미국 측이 SAT를 언급한 후에야 부랴부랴 해명했다”며 “한미FTA가 얼마나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교육개방은 이미 현재진행형

배 실장은 “사실 교육개방은 이미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경제특별구역이나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이미 외국 교육기관들이 상당부분 진출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구역들을 점차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자체적으로 교육개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미국 측이 한국에 교육개방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이미 한국이 미국 내 진출해 있는 아시아 유학생 비율의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이런 개방 구역 또한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네거티브 협상에 맞게 철저한 준비로 장기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미국 측의 제안들에 대응만 하는 소극적 자세로 협상에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미FTA 교육개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 상태로 협상안이 진행될 경우 공공성이 강조돼야 할 교육에서까지 사회적 양극화는 극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실장은 “대학생들도 보다 시야를 넓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미 논리적으로 문제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만큼 언론이나 학생회 홍보 등을 통해 문제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