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보미 기자 (bomi1022@skku.edu)
 더운 날씨와 방중 일정으로 심신이 지쳐갈 무렵 우리에게 다가온 가뭄 속 한 줄기의 단비와도 같았던 그것, 바로 신문사 하계 엠티였다. 어떤 단체에게 있어 엠티만큼 즐겁고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우리 신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수많은 수소문과 고민 끝에 2박 3일을 보낼 대망의 엠티 장소로 석모도를 결정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가 갯벌과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작은 통나무집 이라는 소식이 연이어 전달되자 나는 한적하고 평안한 어촌마을에 자리 잡은 아담한 통나무집을 그리며 제일 먼저 환호성을 질렀다.

버스를 타고 중간에 큰 배로 옮겨 타며 도착한 석모도는 서해 바다를 끼고 강화도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소박한 인심이 살아있는 시골마을 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다른, 한 여름에 찜질방을 연상케 하는 푹푹 찌는 숙소는 내 넋을 빼 놓기에 충분했다. 기대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숙소를 애써 외면하고 우리는 근처의 갯벌로 자리를 옮겼다. 두세 시간 가량을 갯벌을 뒹굴면서 우리는 동심의 세계에서 아직 벗어나지 않은 아이들 마냥 진흙투성이가 된 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진흙을 둘러쓴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으며 단순한 단체에서 벗어나 하나의 특별한  공동체로 자연스레 결집됐다. 숙소로 돌아온 후 첫날 밤 저녁은 모두가 좁은 방에 서로의 뜨거운 체온을 느끼며 옹기종기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먹고 술잔을 돌리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둘째 날 점심이 돼서야 자리에서 하나 둘 씩 일어난 우리들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는 해수욕장을 찾기로 했다.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는 주인아주머니의 말만 믿고 우리는 자전거를 대여했다. 자전거를 못타는 기자들이 나를 포함해 몇몇 있었으나 우리들은 즐거운 물놀이를 기대하며  무작정 자전거 행진을 시작했다. 문제는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해수욕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3시간 여 만에 도착한 해수욕장 앞에서 전체 기자단은 녹초가 된 채 쓰러졌다.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서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끌어주고 밀어주느라, 못타는 사람은 서투른 운전 실력에 이리저리 부딪히느라 온 몸의 힘을 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명의 낙오자도 내지 않은 채 우리는 자전거 여행을 마쳤다.

이렇게 함께 땀 흘리며 고생했던 우리들은 하계 엠티를 계기로 그냥 같은 신문사에 소속된 동료가 아닌, 진한 사골국물 같은 애정으로 똘똘 뭉친 ‘동지’가 됐다. 엠티를 다녀온 지금, 땀과 먼지 범벅이 된 몰골로 서로를 쳐다보던 그 때를 그리면 피식 웃음이 난다. 동시에 드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  ‘그래,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