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탑크랙다운 보컬, 이주노동자의 방송 대표 미누(Minod Mocktan)

기자명 임산호 기자 (mangojelly@skku.edu)

■한국에 살며 이방인이라고 느낄 때는
88올림픽 때 한국을 처음 알았다. 텔레비전에서 본 한국은 타국에 매우 개방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92년 한국에 오면서 한국이 아직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외국에 대해 경계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동남아시아 인들을 대할 때는 못 살고 못 배웠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모국어를 쓰면 한국인들은 “돈 벌러 와서 시끄럽게 떠든다”라며 수군대곤 했다. 또 동사무소에서 행정처리가 힘들거나 보험회사에서 받아 주지 않을 때, 은행 직원들이 외국인 노동자라고 꺼려할 때, 이 나라에서 이방인의 위치에 있다고 느꼈다. 한국에 온지 15년이 넘었지만 이런 차별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방인을 대하는 사회의 문제점은
사회가 이방인들을 무의식적으로 구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한국에는 이주노동자만 해도 4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노동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하는 사람들이다. 한국 사회가 다원화됐다고 말하지만 아직 단일민족이란 의식이 뿌리 깊이 있다. ‘왜 이렇게 한국어 잘해요?’, ‘한국에서 돈 많이 벌었어요?’ 이런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이런 반응을 접할 때 마다 아직 한국인들에게 ‘우리’라고 받아들여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스탑크랙다운 밴드 활동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는가
한국인들에게 이웃으로 다가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2003년 12월, 외국인 노동자 강제추방 농성장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한국 유일의 다국적 밴드를 결성했다. ‘탄압을 중지하라’라는 뜻의 밴드 이름에는 당시의 절박한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는 공연마다 ‘우리들이 당신들과 다르지 않으며 한 이웃이자 형제입니다’라고 말한다. 일반인들에게 음악으로써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집에서는 이주노동자의 투쟁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2집부터는 한국인 친구가 밴드에 합류하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라는데 초점을 두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단지 이방인으로서의 ‘너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처럼 서로의 입장을 공유함으로써 나와 너는 다르다는 배타적인 태도가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와 이방인의 불협화음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일단 사회에 제도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의료 보험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고 살 수 있어야 하며, 노숙자들의 최저 생존권을 위한 법적 제도 또한 마련돼야 한다. 즉, 외국인 노동자 같은 이들이 한국을 ‘우리 땅’이라고 말하고 사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배경이 사회에 밑받침 돼서 이방인들도 차별 없이 살 수 있을 때, 한국 사람들의 인식도 변할 것이다. 

우리 밴드는 내 마음을 열면 상대도 마음을 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으로 일반인들에게 다가갔다. 우리 음악을 들은 대중들이 공감하고 응원을 해줄 때 우리가 이방인이 아니라 한국인들과 다를 바 없는 형제라고 느낀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와 격려가 사회의 차별을 극복하는 길이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