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해정 기자 (aqua509@skku.edu)

생물학은 늘 우리 곁에 있는 생물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실생활과는 매우 멀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생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가 받고 있는 영향과 그 응용방안을 알아내 실생활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도움을 얻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식물의 분비에 관련된 생물학의 한 영역으로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고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이다. △테르펜 △페놀 화합물 △알칼로이드 성분 △글리코시드 등의 화학물로 이뤄져 있는 이 물질은 신체에 흡수돼 해로운 균을 선택적으로 살균하는 기능으로 인간에게 이롭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기 시작했다.

피톤치드의 효과는 많은 기관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피톤치드의 대표적인 효과인 스트레스 완화는 국립산림과학원과 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했다. 우선 실험용 쥐의 스트레스를 높인 뒤, 4종의 침엽수 피톤치드를 기화해 쥐에게 흡입시켰다. 그 후 쥐의 혈액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를 측정한 결과, 편백의 피톤치드가 코르티솔 농도를 절반 이하로 감소시켜 가장 뛰어난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피톤치드의 두 번째 효과인 향균의 경우에는 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가 편백 피톤치드를 통해 실험한 결과, △리스테리아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등 대부분의 균에 대해 일반 항생제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밖에도 탈취와 알레르기 및 피부질환 개선에 대한 연구도 진행돼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이러한 피톤치드의 기능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삼림욕이다. 산 속으로 들어서면 맡을 수 있는 풋풋한 산림향의 정체가 바로 피톤치드다. 테르펜이라는 유기화합물이 함유된 숲의 피톤치드는 뇌의 알파파를 증가시키고 이 알파파는 몸과 마음의 조화를 도와 삼림욕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심신이 안정되고 집중력과 기억력도 증가하는 것은 물론 여유로운 마음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하다.

이 밖에도 우리는 실제로 스스로조차 모르는 사이에 피톤치드의 효능을 많은 분야에서 이용해왔다. 우선 피톤치드는 음식물의 부패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세균에 대해서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초밥 집에서는 초밥을 넣어두는 상자 안에 화백잎을 넣어두면 음식의 산화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집을 지을 때 △나한백 △편백 △소나무 등의 피톤치드가 많이 방출되는 목재를 사용하는 이유는 피톤치드에 집먼지진드기나 모기, 곰팡이 등의 접근을 막는 성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이러한 효과들이 밝혀지고 난 뒤에 피톤치드의 쓰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요즘 환경오염으로 인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아토피 치료부터 시작해 △여드름 치료제 △비듬 치료제 △항균 생리대 및 기저귀 △항균비누 및 치약 등 수많은 분야에서 피톤치드를 이용한 응용상품들도 쏟아지고 있다.

피톤치드 이외에도 생물에 대한 연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있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분비되는 계절이 여름에서 초가을까지로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분비된다고 한다. 오랜만에 산림을 걸으며 생물과 생물학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에 대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