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에 선 상위권 대학들, 서열화 조장 등 비판은 외면해

기자명 김정찬 기자 (sansiro@skku.edu)

대학들의 유례없는 교수 영입전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몇 년 동안 국내대학에 초빙된 노벨상 수상자만 하더라도 건국대의 조레스 알페로프 러시아 과학센터 센터장(물리학상), 로저 콘버그 교수, 연세대의 쿠르트 뷔트리히 교수, 이화여대의 로버트 그럽스 교수(이상 화학상) 등이 있다. 우리 학교 또한 스미오 이지마 전 일본 메이조대 교수, 왕의주 전 베이징대 부총장을 각각 성균나노과학기술원장, 중국대학원장으로 영입해왔다. 해외석학뿐 아니라 타대의 유명교수를 전임교수나 석좌교수로 임용하는 사례도 많다. 이렇듯 영입전에 나선 대학들은 해당학과의 교육·연구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학교의 서치 앤 리크루트(Search&Recruit) 시스템도 이 연장선 상에 있다. 이는 연구실적이 탁월한 이공계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제도로 △강경근(수학) △박성호(화학) △이성호(생명) △김동인(전전컴) 교수 등이 이 제도를 통해 전임교수로 채용됐다. 교원인사팀(팀장:배재현) 신상우 계장은 “비용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영입한다”며 “방학 중에는 직원들이 직접 외국에 찾아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의 펠로십(Fellowship) 제도도 우수교수 확보의 성격을 띤다. 이 제도는 전공별 최고 연구수준의 교수에게 △의무강의 축소 △연구비 지급 △교수 T/O 배정 요청권 등의 특혜를 줘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30대 교수에게도 범위를 확대한 것을 두고 학교가 원래 목적과는 다른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 관계자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우수인력들을 학교에 잡아 두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신 계장은 “타대의 영입을 막기 위한 목적은 전혀 없다”며 이러한 의혹을 부정했다.

한편 이렇듯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특채임용은 학과 내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학교 공대는 최근 5학기 동안 공채 목표 48명 중 19명만을 채용했고, 이 빈 자리 중 일부를 특채교수가 채우고 있다.

연구업적이 뛰어난 노장교수와 잠재력 있는 신진교수의 수적인 균형이 깨진 현재 상황은 타대로부터의 영입에 학과가 의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 계장은 “특채임용교수는 연구업적과 경험이 중시돼 연령대가 높은 경향이 있다”며 이를 인정하면서도 “잠재력 있는 조교수나 연구원들도 채용함으로써 비중을 맞춰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스카웃은 교육의 질 향상을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수학권을 침해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무분별한 교수 영입으로 인해 지난해 지방 국립공과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50%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또한 우리 학교의 경우 로스쿨 유치 경쟁의 결과로 법대의 지원림, 이대희 교수 등이 타대로 영입돼 수강신청 후 교강사명이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박거용(상명대) 교수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학생들을 외면하는 교수는 더 이상 교육자라 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영입에 적극적인 대학들은 교수 스카웃이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이뤄지므로 투명한 임용이 가능하고, 교수사회의 경직성이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이공계에서만 실효성을 지니기 때문에 교수 스카웃의 이점도 이공계에만 치중돼  있다.

우리 학교도 학칙에 특채임용 기준(인문·사회계:최근 5년간 국제적 수준 또는 전국규모의 전문학술지 게재 논문 3편 이상, 이공계:국제적 수준(SCI급)의 전문학술지 게재 논문 5편 이상)을 명시해 놓고 있지만 이는 특채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닌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즉, 연구성과 평가지표의 신뢰성이 부족한 인문·사회계의 경우 학칙 상 기준보다 많은 논문이 게재되더라도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특채는 석학 급의 교수에 한정돼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치 앤 리크루트 시스템을 통한 특채도 이공계 교수들만을 대상으로 하며 채용된 교수들도 대부분 학칙 상의 논문 발표수를 넘어선 상태에서 스카웃됐다.
교수 스카웃과 대학서열화의 관계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겁다. 한편에서는 기존의 서열이 아니라 각 대학이 중점적으로 특화하는 분야에 따라 교수들이 이동하므로 대학사회의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 주장한다. 신 계장도 “일정수준 이상의 대학에서 인재를 선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우수교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므로 기존 상위서열 학교의 기득권이 확대됨과 동시에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박 교수는 “특화시키는 분야도 추세에 따라가게 돼있다”며 “돈에 의해 이뤄지는 교수 스카웃은 학교뿐 아니라 과의 서열화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