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미디어의 당찬 ‘독립선언’
대안미디어의 당찬 ‘독립선언’
  • 김지현 기자
  • 승인 2007.10.18 00:00
  • 호수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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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FM "대안의 문턱 낮춰야" , 이주노동자 방송국 "이주민의 일상을 담다"

김지현 기자(이하:김) ‘이주노동자 방송국(이하:이주)’과 ‘마포FM(이하:마포)', 대안미디어라는 점에서는 공통성을 띠지만 보도주체나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상이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독자성을 갖나

이주 박경주 대표(이하:박) 한국의 주류언론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을 인권과 복지 측면에서 혜택을 받아야 하는 동정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정작 노동자로서 가지는 당연한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주민의 목소리로 그들의 삶과 권리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어디 가서 뭐 취재해 와라”고 지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가 자신들의 ‘일상’을 담아온다. 이주민은 우리 사회의 어엿한 시민으로서 주체적인 시민미디어를 만들어가고 한국 이주민의 역사를 기록한다.

마포 정수연 PD(이하:정) 마포는 방송위원회의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후 2005년 9월 개국한 지역공동체라디오다.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돼 활동하며 프로그램은 크게 지역공동체 방송과 일반 공중파 방송으로 나뉘어 편성돼 있다. 특히 공동체 방송의 경우, PD는 멍석을 깔아줄 뿐, 마포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스튜디오에서 직접 방송을 ‘만들어’ 가고 홍대 인디밴드, 성소수자, 장애인의 목소리도 담아낸다. 비록 전문적이진 않지만 사람 냄새가 주파수를 타고 흐르는 곳이다.

김 한마디로 마포는 위로부터의, 이주는 아래로부터의 대안미디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정부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마포의 경우는 아무래도 ‘대안’이란 의미가 이주에 비해 약할 것 같은데

정 풍부한 콘텐츠를 기초로 외연을 확대하는 이주와 달리 우리는 형식이라는 껍데기를 채워나가는 역(逆)단계를 밟다보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지지도 않았고 뚜렷한 청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럼에도 2년여 남짓 동안 마포가 보여준 대안적 공동체의 가능성은 꽤 현실적이다. 오히려 향유자의 범위가 이주민으로 제한돼 있는 방송국보다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껴안을 수 있다는 점에선 마포의 대안적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김 사실 그 ‘대안적 의미’라는 말은 몇 년 사이 지나치게 남용되는 측면이 있다. 대안미디어를 이끌고 가는 사람으로서 진정한 ‘대안’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박 대안은 ‘자발성’에서 비롯돼야 한다. 이는 비주류에 머물면서 주류를 비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제 발로 대안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누군가 방송국에 찾아와서 그러더라. “우리도 열심히 하면 KBS처럼 될 수 있는 거죠?” 답은 노. 주류가 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주류가 돼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안미디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주류만이 대안인 것이 아니다. 중학생이나 아주머니,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대안미디어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대안’이란 말을 가볍게 여기저기 갖다 붙여 쓰기 전에, 우선 대안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종합해보면 대안미디어의 주된 역할을 ‘주류 언론이 진지한 시선을 보내지 않는 이들을 공개적인 광장으로 이끌어 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실제 사례가 있는지

올해 초 일어난 여수 화재참사 사건을 두고 주류 언론은 너무도 간단하게 ‘방화’로 결론 지어버렸다. 그러나 우린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에게 일어난 일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활동가 3명이 분향소에서 2달간 숙식하며 현지상황을 보도했다. 법무부와 시민단체의 입장이 아닌 죽은 당사자와 유족의 입장에서도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한국의 순혈주의와 폐쇄성에 맞서 싸운다.

김 이주는 인터넷을, 마포는 라디오를 주 매체로 삼고 있는데 대안‘미디어’로서 갖는 나름의 장단점은 어떻게 다른가
항시적으로 재정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대안미디어들에게는 저렴한 인터넷이 가장 효율적인 매체다. 누구나 시민기자로 등록해 활동할 수 있고 장소제한도 없고. 그만큼 파급력도 크다. 그러나 인터넷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려면 전문적인 기술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자연스레 운영비용 증대로 이어진다. 한국 인터넷 문화의 고질병인 ‘익명성’도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벽이다.

라디오는 접근성이 커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듣는 사람만 듣게 된다는 것이다. 청취율의 변동이 크질 않다. 못 들은 라디오 방송은 인터넷 ‘다시듣기’를 통해 또 들을 수 있으니 라디오 매체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돼 가고 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송이 되기 위해 지역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공개방송도 주최한다. 최근 마포가 정통부를 상대로 요구하고 있는 출력 증강도 라디오 주파수에서 소외되는 주민이 없도록 해 공동체라디오로서의 의미를 한층 고양시키고자 함이다.

대안미디어가 봉착하고 있는 커다란 한계는 언론의 독립성을 뒷받침해줄 재정이 풍부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수입을 충당하고 있나
박 미디어 프로젝트를 따내서 돈을 마련하거나 자체적으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동화책 출판사업도 준비 중이다. 사실 대안언론이 외부 광고를 받는 것은 민감한 문제다.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의 형편이 넉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광고를 받음으로써 대안성이 약화되고 미디어의 이미지도 추락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방송위원회 지원금과 마포구청 보조금, 후원금이 주된 수입원이다. 광고는 내년 7월 정식사업 허가가 떨어지고부터 받을 생각이다. 그러나 지역단위의 소규모 방송국에 누가 광고를 줄지가 걱정이다. 일본의 경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영향력 행사가 아닌 ‘이익환원’의 개념으로 공동체라디오에 광고를 준다. 우리나라도 이런 기업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김 대안미디어의 인력이 대부분 자원활동가로 충원되다 보니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전문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주에서는 전문적인 미디어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나

기본적인 영상교육은 내가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 방송국은 이주민 활동가에게 기술이 아닌 정신을 가르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사실 직업기자가 아닌 자원활동가가 전문적인 기자의 품성과 능력을 고루 갖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무엇보다 우리는 대안미디어가 아닌가. 한국 사회의 대안이 되려 하는 열정과 실험정신만 갖춰도 충분하다.
김 최근 들어 대안미디어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지만 각자의 영역에만 매몰돼 상대적으로 영향력은 반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포의 경우 타 지역 공동체라디오와 연대하고 있나

아직 실질적인 연계는 없지만 8개 지역공동체라디오가 함께 모여 다른 지역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 편성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아줌마들의 수다는 곧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이야기다. 삶의 애환이 깃든 지역주민들의 일상을 연대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국의 대안미디어가 갖고 있는 대안성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가
박 대안미디어가 영원히 존속할 필요는 없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사회운동 진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떤 형태로든 시대에 충실하다면 그걸로 대안미디어의 존재의미는 충분하니까. ‘시간이 얼마나 유효한가’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유효한가’라는 고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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