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인터뷰

기자명 박종석 기자 (zellar@skku.edu)

인터뷰 약속 장소에 다소 늦게 도착하는 이명박 후보를 기다리며, 7개 대학 학보사 기자들은 건물 바깥에서 다른 후보들 인터뷰 때와는 다른 광경을 목격했다. 이명박 후보를 규탄하는 몇 명의 시민들을 건물 입구를 막아선 전경들이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외치는 내용과 이 후보가 말하는 사실들은 다소 다른 방향이었다. 이 상황이 단지 이명박 후보가 말했던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재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까’하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약간의 소란스러움 속에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이 후보는 “당선이 된다면 청와대에 7개 학보사 모두를 초대해 인터뷰하겠다”며 바쁜 하루의 아침을  열었다.

이명박을 돌아보다

■ 지난 16일 김경준 씨가 입국했는데 불안하지는 않는가. 또한 앞으로의 대선 전략은 무엇인가
나는 현재 출마한 후보들 중에서 가장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김경준 씨의 경우 유능한 젊은이가 그 재능을 잘못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 젊은이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았다.  법이 집행되면 판단 받는 것이지 판결 전에 누가 공범이라고 말하는 것은 후진적인 태도다. 그가 들어왔으니 (오히려 나에겐) 잘 된 것이다. 2002년 경선 당시 소위 김대업 사건 때도 투표날까지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하다가 무죄 판결났다. 상대 진영은 이것에 재미를 봤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식은 아주 앞서가고 있다. 불안하지도 않고 대응할 것이 없다고 본다.

■ 그럼에도 자신과 관련한 도덕성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현대건설 재직 당시 있었던 여러가지 문제와 관련해 몇몇 주장이 나왔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당시 검찰도 철저한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현대건설이 부도가 난 해는 2000년으로 내가 회사에서 나온 지 근 10년 뒤에 벌어진 일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지적이다.

솔직히 기업 최고 경영자를 하면서 종교인들처럼 순결하고 깨끗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일반인 상식의 범위를 뛰어넘는 행위를 저지른 적은 없다. 약간의 티끌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흠집을 내는 것이 못내 아쉽다.

■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이 있었는데 개인적인 심경은 어떠한가. 그 후 자신의 지지도, 대선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원칙과 정도를 강조했던 분이 스스로 그 원칙을 깨고 정도를 벗어난 행위를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쨌든 이 전 총재의 한나라당 탈당과 출마는 무능한 정권을 바꿔 새시대를 열어 가려 하는 많은 국민의 열망을 저버린 것이다.

나에 대한 지지나 대선구도에서 일시적인 변화 과정이 있겠지만 대다수 현명한 국민들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머지않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

■ 대학생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이유를 든다면
대학생들을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든 것은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한국 정치가 국민의 실제 삶과 동떨어져 있으며 말로 시작해 말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용적 정치로 바꿀 것이다. 또한 취업, 진로 등과 같이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 살리기와 사회통합이라고 본다.

■ 자신의 대학생활 최고의 관심사는 무엇이었고 자신에게 대학은 어떤 공간이었나
대학시절에 열심히 살았다는 말은 할 수 있겠다. 나는 이태원 재래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학생회장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난한 나라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어쨌든 대학은 내성적인 나의 성격을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개조하게끔 만들어 준 공간이다.

■ 대학은 취업준비학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학이 더 이상 ‘학문의 상아탑’ 구실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학과 대학생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요즘 대학생들은 주로 학점이나 영어점수, 고시 공부 방법 등에만 매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고등학교의 ‘대학가기 경쟁’이 대학에서는 ‘취업 경쟁’으로 고스란히 옮겨온 것 같아 아쉽다. 이는 사회 전체의 문제가 대학에 반영된 것이고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기초학문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많은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과목만을 찾는다는데 이것 역시 획일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이 자신을 위해 다양한 투자도 하고, 때로는 사회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의식도 가져보고, 자원봉사 같은 공적인 일에 헌신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대학생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싫은데 이명박은 좋다’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단 샐러리맨에서 최고 경영자까지 오르는 입지전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관심을 모으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서울시장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많이 거둔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은 싫은데 이명박은 좋다’라는 인식은 내 삶이나 생각이 기존 정치인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보였기 때문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 나의 정치철학이 한나라당을 비롯해 기존 정당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느낀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 대학생들이 비판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이 후보 자신도 학생운동을 했다. 이 후보의 공약들을 비판의식을 갖고 바라보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할 것인가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진보적인 사상들이 대학생에게 정상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적다. 대학시절 했던 비판적인 활동들이 사실상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비판했다는 생각도 든다.
대학생들이 비판한 것은 일단 검토를 하겠지만 이러한 비판은 교육 정책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아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명박, 교육을 말하다

■ 대학의 등록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당장은 등록금 융자 상환기간을 늘리고 6% 정도 되는 이자율도 크게 낮출 것이다. 필요하다면 원리금 후불제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있으며 장학혜택을 받는 인원도 늘려서 학생들의 30% 정도가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등록금이 비싸서 대학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국가장학금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서민 가정 대학생들에 대해 가정환경에 맞는 맞춤형, 소득연계형 장학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한 대학의 재정 수요를 학생의 등록금에만 의지하고 있는 것이 현 대학가의 문제다. 대학이 스스로 재원구조를 다양화해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

■ 3불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
본고사와 관련해서는 △학생부 및 수능 반영 자율화 △수능과목 축소 △완전 자율화 3단계로 대입자율화를 제시한다. 입시를 완전히 자율화한다고 해서 대학들이 과거와 같은 방식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될 경우 고교등급제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시행할 경우 일부 상위 대학만 기부입학을 받는 폐해가 나올 수도 있다.

■ 이 후보의 교육공약 키워드는 ‘경쟁논리 도입’과 ‘자율성 확대’인데 자율성과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정책은 교육에서의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보지는 않나
내가 생각하는 교육정책의 핵심은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지금의 교육정책은 평준화라는 이름 아래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나는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은 전혀 근거 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이명박, 사회를 말하다

■ 대학의 기업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교육의 공간인 대학이 상업화의 논리에 휩쓸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기업가 출신의 견해는 어떤가
기업들과 대학들 간의 연결고리가 단단해지고 산학 협력이 강화될수록 대학의 경쟁력은 강해질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모든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대상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것을 두고 뭐라 할 것은 못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대학들이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부의 세습시대’라는 말이 있는데, 이러한 우려를 잠식시킬 방안은
그런 신조어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보통 심각한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동전의 양면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가난의 대물림’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경제 살리기는 고사하고 사회통합도 어렵게 만든다.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해결책은 교육이다.

현 정부가 했던 것처럼 부유하고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을 밑으로 끌어내리는 방식은 옳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뒤처진 사람들을 앞으로 당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한 방식처럼 그냥 나눠 주는 식의 복지가 아닌 자활 의지를 북돋우고 배우면서 일하도록 하는 복지가 필요하다.

■ 청년 실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성장잠재력 5%정도에 경제를 아는 리더십이 보태진다면 7% 성장은 분명히 가능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달리 말해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 기업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나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여러 형태로 만들어 낼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만 해도 경부운하 52만 개, 호남운하 18만 개로 총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청년 실업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 양성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생 글로벌 현장학습 프로그램 해외전문가 5만 명 △청년 해외봉사단 2만 명 △해외취업자 5만 명까지 확대할 것이다.

■ 대표공약으로 자신 있게 내세운 대운하 공약이 후순위로 밀린 이유는 반대 여론을 감안한 것인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뒤로 미뤘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공약이라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해서 내놓은 것이 아니다.

내가 청계천을 복원하겠다고 구상했을 때도 설계까지 해서 내놓은 것이 아니었다. 한반도 대운하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사업이 아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단지 물류 운송이 다가 아니라 도로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5분의 1로 줄이는 장점이 있고 기상변화의 대비책이 되며 관광자원으로 만들 수도 있다. 물길 잇기를 통해 내륙지방의 정체된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창조적 도전이란 보이는 1%에서 보이지 않는 모두를 찾아내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운하 건설과 관련해 세계적인 기술자와 환경 전문가들과 함께 치밀하게 재검토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