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대통령 후보 인터뷰

기자명 박종석 기자 (zellar@skku.edu)

“학보사와 기자회견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는 데까지 해보자”라는 말로 대통령 후보실에 들어온 이인제 후보. 인터뷰는 중간 중간 여타 언론들이 내는 셔터소리 속에서 진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뷰가 진행된 11월 11일은 ‘범국민행동의 날’이었다. 기자는 인터뷰가 끝난 뒤 시청 앞에 모인 노동자, 농민, 학생들을 바라보며, 치열했던 도로 한복판에서 그 날 이 후보와의 대화 내용을 떠올려 볼 수밖에 없었다.

이인제를 돌아보다

■ 7개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이 1.2%로 지지율이 아주 저조한 수준인데 왜 대학생들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보는가
대학생이 미래사회의 주역이므로 창조적인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한다. 민주당은 중도 개혁주의다. 중도는 좌우 이데올로기의 중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좌우이데올로기의 대립은 20세기 산업사회 정치권에서 이용되던 도구고 탈냉전시대인 지금은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없다. 급속히 변하는 지식 사회에서 국민들이 삶을 더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개혁을 하는 것이 중도 노선이다. 한나라당은 기득권에 찌든 낡은 보수세력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추구하는 것은 낡은 진보주의다. 나는 창조적 자유주의자이며 열린 민족주의자이며 노동부 장관과 경기지사 시절에 이미 실용적인 중도 노선의 개혁을 실현했던 사람이다. 이런 중도노선을 지향하는 정당과 후보가 등장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실망은 깊어갈 수 밖에 없다.

■ 그러나 오히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40%가 넘는 것에 비해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은 매우 낮은데
정치 구도상 민주당은 사각지대에 몰려있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은 여당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반대로 정권유지를 희망하는 국민들에게 민주당은 야당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국정실패에 훨씬 더 자유로운 야당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여당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고 한나라당 또한 참여 정부의 잘못된 판단을 묵인했기에 국정실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진정한 실용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고 세계화와 지식 사회 수립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언젠가는 국민들이 이를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 경선 불복, 한나라당 탈당 등 국민들에게 드러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국민들이 경선 불복 자체를 두고 비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언론들이 나를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내가 다른 정치인보다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당적 변경은 1997년 독자 출마하기 위해 신한국당 탈당한 것과 2002년 민주당을 탈당했던 것이다. 1997년 당시는 경선 이후 결과에 승복했고 경기도지사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독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경선 결과 이회창 후보 검증 과정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국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자 출마하고 지지율이 1위로 올랐을 때 매스컴에서는 1주일 동안 나를 두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바로 정치 자금 2백억 원을 YS로부터 받았다는 보도 내용이었다. 그러나 나는 맨주먹으로 힘들게 독자 출마했고, 그 결과 40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즉 나의 결정으로 인해 정의로운 방향으로 한국 정치가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2002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관과 이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노 대통령은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해서 당선이 확실시 된 것이다. 나는 그 노선과 가치관에 동의를 못했으니 탈당한 것이다. 윈스턴 처칠도 법안과 관련한 자신과 당의 가치관이 안 맞아서 보수당을 두 번이나 떠났던 사람이다.

■ 그렇다면 이회창 후보도 한나라당 경선을 거치지 않고 독자 출마를 했는데 이것도 좋게 볼 수 있는 것인가
이회창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에 있어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의 대안으로 나왔다는 명분은 타당하지 못하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 결과가 뚜렷하게 나온 것도 없다. 앞으로 이명박 후보의 검증 과정을 우려해 나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면에서는 이회창 후보도 당당할 수 없다. 불법 자금 등 많은 문제를 보였던 후보가 아닌가. 이인제만큼 당당하고 원칙에 맞게 행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 지지율이 민주신당에 못 미치는데 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가
범여권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고 범개혁 세력이라는 것에 있어서 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같은 맥락을 갖고 있기에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을 논의함에 있어)문국현 후보는 실체가 없는 후보다. 당을 통합하고 후보를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나 아니면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에 대한 선택은 국민들이 해야 한다고 본다. TV 토론 등을 통해 개혁을 누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인지를 국민들이 판단해야 한다.

■ 과거 두 번의 출마와 비교해 자신이 어떤 점에서 달라졌는지 말해 달라. 또한 과거와 마찬가지로 고수하는 것이 있다면
10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나 자신도 더 원숙해지고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나는 창조적 자유주의자이며 중도 개혁 통합 주의자이며 열린 민족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것이 나의 정치철학이다.

■ 만약 이번 대선에서 당선에 실패한다면 다시 출마할 생각인가
다시 출마하는 것 보기 싫으면 이번에 당선시켜야 할 것이다.(웃음)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42세에 도전을 시작해서 75세에 대통령이 됐는데 미국 국민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다.

이인제, 교육을 말하다

■ 기초학문이 위기의 상황이라는 말도 있으며 대학이 취업준비학교로 전락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대학과 대학생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기초학문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인문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뒷받침할 것이다. 대학에서 연구역량이 높아져야 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역량도 사회의 요구에 맞춰서 실용적이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이 아니다. 국가 경영, 지방 경영, 시민 단체 등에 있어 중추적인 두뇌 역할을 해야 한다.

■ 해마다 반복되는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당선이 된다면 그 해 1학년 1학기 등록금의 50%를 면제할 계획이다. 그리고 임기 말까지는 1학년 전체로 확대해서 지원할 것이다. 2학년부터는 등록금 융자제도를 현실화해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생각이다.

■ 3불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
3불 정책의 틀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입시제도를 단순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 재정을 확충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3불 정책을 폐지했을 때 오는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환경을 만들어 놓을 것이다. 또한 3불 정책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대학의 문제도 해결하겠다.

■ 입시전형과 관련해서 특별수능과 보통수능으로 나누겠다고 했는데 이 정책이 대학 서열을 조장할 우려도 있는데
수능은 특별 시험과 일반 시험으로 나눌 생각이다. 일반 수능은 과목 수를 줄이고 아주 평이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내신은 20%를 반영하고 논술은 폐지할 것이다. 이공계 등 뛰어난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적용하는 것이 특별 시험이다. 대학은 특성대로 발전하는 것이지 대학이 1류, 2류, 3류 이렇게 나누는 사회는 이제 없어진다. 대학의 획일적인 서열과 공포는 잊어버려야 한다.

이인제, 사회를 말하다

■ 빌딩 건너편 보도블록에 비정규직 법안 철폐를 요구하는 그림이 있더라.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당장 비정규직 법안을 강화하거나 폐지할 수는 없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기에 경영자가 불법적이고 무책임한 결정을 할 수 없도록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나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법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법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법치만능주의에 불가하다.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정규직 고용형태가 일반화돼 있었지만 이제는 지식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고 노동형태가 점점 더 다원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것이 계약직 등의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이들은 고용의 불안정과 임금의 차별로 고통 받고 있지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유 기업의 시대에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경영자들이 현재는 내외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압력을 줄여 주면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노조는 아직도 투쟁적인 사례가 대부분이며 적대적 노사관계가 많다. 나는 적대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를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로 바꿀 것이다.

■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드러난 삼성의 비리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렇듯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비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도 기업에 회계의 투명성 등을 요구하고 있기에 특별히 정부가 할 것은 없다고 본다. 요즘 사회 문제들에 대해 투명성이 요구되는 이유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서라기보다는 시장논리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다. 실례로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사안들이 그런 것이다.

■ 경제 정책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기업가 정신을 존중하고 이 정신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사회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정부가 거미줄 같은 규제로 간섭하려고 하면 누가 기업하려고 하겠는가. 요즘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과학 기술을 가지고 기업을 하는데 공장 건립들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식기반 산업이 발전하면 이것과 관련한 서비스 산업들이 발전하게 된다.

■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정동영 후보의 7대 우주 강국 달성과 같은 주목할 만한 경제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NECA(New Economy Cluster Area:신경제 대특구)개발이 나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이는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결집지역을 말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사업 밀집지역을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대덕이나 청주 공항, 행정중심복합도시에 2억 평 규모의 교통정보 인프라와 첨단 행정 서비스 기능을 구축하고 금융 산업을 활성화시킨 후 이 지역에는 각종 세제상의 특혜를 줘서 △BT △IT △NT △에너지산업 △문화산업 등이 우후죽순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60만 개 이상의 선진국형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특히 청년 실업은 소멸시킬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통합신당은 분배 경제 정책이다. 그런 공약에 대학생의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