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종석 기자 (zellar@skku.edu)

인터뷰를 한 다음날, 이인제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합당 및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이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을 ‘낡은 진보’라고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정치적인 이념과 성향이 맞지 않으면 당적을 바꿀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루 전만 해도 비판각을 세우던 그가, 다음날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개혁’이라는 같은 맥락을 갖고 있기에 통합을 추진한다고 한 것은 설득력을 보장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학교 김일영(정외) 교수는 “집권을 위해 신념과 가치관을 굽히는 상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 후보의 정치공학적인 자세를 비판했다.

저조한 지지율, 사각지대 민주당
한편 이 후보의 집권을 향한 ‘철새’이미지는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97년과 2002년의 당적 변경은 이 후보의 개인적인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혔다고 볼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선 3수를 하게 된 이 후보의 현재 지지율과 호감도는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7개 학보사가 실시한 ‘대학생 정치의식 조사’ 결과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은 1.2%를 보였고 호감도 또한 7.5%밖에 되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상황을 대변한다.
자신의 말대로 현재 사각지대에 몰린 민주당과 이인제가 단일화와 함께 구사하는 전략은 대선정국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이 당면한 대학 등록금 정책은
등록금 문제가 부각된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이는 현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9월 OECD가 발표한 ‘2007년 교육지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 연평균 등록금은 국공립대학이 세계 36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고 사립대학의 경우 5위를 기록했다. 이렇듯 참여 정부를 거치고 사립 대학교 등록금이 1천만 원을 넘어서는 시대가 되면서 모든 후보들의 교육 공약 중에는 등록금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임기 말까지 1학년들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지원할 것이며 학자금대출 제도를 현실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등록금 무상 지원의 경우 실현가능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힘들며 학자금대출 제도도 대출 뒤 상환 과정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으면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가 대책없이 시행한 학자금대출 제도의 문제점을 보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에서는 학자금대출이 은행의 상품이 됐고, 졸업 이후 이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입시정책 단순화인가, 대학서열 고착화인가
이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의 수를 늘릴 것과 ‘입시전형의 단순화’를 주장했다.

입시전형의 경우 수능을 2개로 나눌 것을 제안했는데 이는 수능을 보통수능과 특별수능으로 나눈 뒤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보통시험을 통해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공계와 같이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대학에서는 특별수능을 자율적으로 채택하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대학 서열화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현재 대학가의 모습을 묘사했다.

현재 시행되는 논술고사의 경우 사고의 폭을 진단하기보다는 채점자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기 급급해 기회주의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약점을 갖고 있기에 논술고사 폐지와 관련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언급됐듯이 수능 전형에서 차별성을 두면 대학서열을 더욱 공고히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은 분명 존재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한명 정책기획국장은 “소위 일류 대학들이 능력 있는 학생들을 독과점하며 대학에 의해 중ㆍ고등학교의 교육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대학 서열화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특별 시험은 분명 특정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후보의 교육공약을 살펴봤을 때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절충안에 불과하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교육정책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고착화된 입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정책이 얼마나 고심한 흔적을 보이는지 △그것을 확실히 실천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은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인제의 비정규직 해결법, 무엇이 모순인가
지난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근로자의 수는 최근 4년간 1백9만7천 명이 증가해 5백70만3천 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57.6%의 비정규직근로자만이 계약을 갱신하거나 유지할 수 있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증가하는 이유로 노동시장의 변화를 지목했다. 지식노동자가 증가하고 노동시장이 다원화됨으로써 노동형태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런 상황에서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설득력 없으며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후보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세제지원 △대기업 비정규직의 전환에 대해서는 근무연한 3~5년으로 연장 △동일·유사노동 요건의 대폭완화 또는 폐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렇듯 이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은 대부분 ‘시장 논리’에 입각한 것들이 많다. 이것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다.

그러나 이 같은 이 후보의 시각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에 당면한 이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문제를 자본가들이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이다.

한국진보연대 한용진 대외협력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강대국은 약소국으로부터, 약소국 자본가는 노동자로부터 이윤을 뽑아내는 신자유주의의 만성적인 문제는 시장의 흐름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후보약력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민주당 상임고문
·제17대 국회의원
·자유민주연합 총재 권한 대행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제16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제16대 총선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워튼비지니스스쿨 등 3개 대학 초청연구원
·국민신당 제15대 대통령후보
·경기도 도지사
·노동부 장관
·제14대 국회의원
·통일민주당 대변인
·제13대 국회의원
·국회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 특위 청문회 위원
·제21회 사법고시 합격
·대전지방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