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사업 규모, 의뢰 방식 등에서 허점 드러나

기자명 김정윤 기자 (kjy0006@skku.edu)

 큰 규모의 개발 사업이 시행될 때면 어김없이 언급되는 ‘환경영향평가’. 그 단어는 익숙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가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채 결과만을 맹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크게 △자연환경 △생활환경 △사회·경제 환경의 3가지 분야와 세분화된 23개의 항목으로 나눠 시행되는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이 환경에 끼칠 생태적 특성을 연구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의 구체적인 규정을 살펴보면 몇 가지 맹점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환경 피해 최소화’ 구실 못하는  평가의 허점
첫 번째 문제는 평가 대상사업의 규모가 미리 정해져 있어 사업의 환경적 영향이 클 경우라도 규정된 규모 이하면 평가가 면제된다는 사실. 실제로 지난달 18일 쓰레기 매립장 설치에 문제를 제기한 남양주시 주민들의 소송은 ‘매립장의 규모가 30만㎡ 이하여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는 재판부의 판결로 기각됐다. 매립장의 경우 주민들의 건강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평가를 면제받은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평가를 받아야하는 사업자가 평가 의뢰를 직접 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인해 발생한다. 사업 주체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업체를 선정해 평가를 요청하다 보니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05년 ‘보호가 필요한 천연기념물이나 희귀종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이 담긴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와는 달리 실제로 천연기념물 총 11종이 천성산 일대에 서식한다는 사실이 녹색연합의 조사로 인해 밝혀졌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터널 사업을 주도하는 정부가 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공정한 평가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비판했고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요구가 국회로까지 확산됐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의 성격으로 인해 발생한다. 각종 계획의 시행 전에 이뤄지는 사전환경성검토제도와는 달리, 환경영향평가는 이미 사업 시행이 확정된 후에 이뤄지다 보니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는 ‘새만금특별법’이 통과되면서 환경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새만금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가 사업 시행에만 급급한 상황에서, 사후적 의미의 환경영향평가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 박정운 운동가는 “이미 시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차후의 세부 계획에 대한 평가는 환경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운하특별법’ 환경영향평가의  맹점 드러날 수 있어
최근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가 ‘대운하특별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 학회는 “대운하는 새만금과는 달리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회복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조급하게 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즉, 사전환경성검토와 같은 다양한 절차를 통해 시행여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후에 평가가 실시돼야 환경 보존을 위한 평가의 의도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못 믿겠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천성산 터널 공사를 비판하는 퍼포먼스. 당시 환경영향평가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환경부, “개발 위주 평가” 한계 인정
환경부 역시 평가의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며 환경성검토협의회와 같은 검토기관을 둬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 황기협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과거에 성장위주의 정책을 내세웠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제도에 환경에 대한 고민보다는 개발 사업자의 시선이 포함돼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모든 사업에 대해 환경 보존의 측면에서 활발히 논의하는 미국의 스코핑제도를 참고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부의 방침들이 강제력을 갖지 못해 대안으로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 역시 평가의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며 환경성검토협의회와 같은 검토기관을 둬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 황기협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과거에 성장위주의 정책을 내세웠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제도에 환경에 대한 고민보다는 개발 사업자의 시선이 포함돼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모든 사업에 대해 환경 보존의 측면에서 활발히 논의하는 미국의 스코핑제도를 참고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부의 방침들이 강제력을 갖지 못해 대안으로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가 구체적인 절차상에서 허점을 갖다 보니 환경 보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운하를 비롯해 앞으로도 개발이냐 환경이냐의 논란이 끊임없이 이뤄질 것이 분명한 시점에서, ‘환경오염 최소화’라는 환경영향평가제도 본래의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