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수영 기자 (geniussy@skku.edu)

“왜 하필 공대에 온거야?” 선배들이 농담 삼아 공대 여학우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우리 학교 공학계열에 81학번으로 입학한 손미애 시스템 경영공학과 교수는 경쾌하게 대답한다. “이과 공부가 재밌어 다른 전공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이처럼 망설임 없이 과학도의 길을 선택한 손 교수. 그녀는 재학 시절 시스템 경영공학과(당시 산업공학과) 1회 입학생이던 선배가 관련 연구 기반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도 과학기술원에서 연구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는 역할모델로 삼은 선배를 보면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키웠나갔다. 그러나 아무 걱정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에 전념하기에는 그녀가 입학한 81년도의 상황이 열악했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녀는 “내가 입학할 당시 1천 4백 명가량 되는 공대 학생 중에서 나를 포함해 9명만이 여학생이었으니 그야말로 전투적인 상황이었죠”라며 여성 엔지니어가 받는 노골적인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에는 공학을 전공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등 여성 공학도에 대한 사회적인 선입견이 강하게 깔려 있었다고 한다. 이런 편견을 가진 몇몇 남학우들이 “취직도 못하는데 괜히 우리 학점만 축낸다”며 비죽일 때는 속상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던 손 교수는 “오히려 이런 시선들이 나에게 자극이 됐어요.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라며 담담히 웃어넘겼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정한 나름의 규칙을 살짝 귀뜸해줬다. 바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라는 단순하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규칙이다. 그녀는 “여학우들이 대체적으로 권리주장은 잘해도 의무를 지키는 데는 소홀한 듯한데 이런 모순적인 모습이 편견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해요. 일상적인 측면에서든 학문적인 측면에서든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여성 엔지니어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하며 단호한 눈빛을 내비쳤다.


이렇듯 손 교수는 자신의 힘으로 편견과 오해의 시간을 이겨내며 오직 열정만으로 직장생활과 둘째아이의 임신, 그리고 박사 학위 공부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오롯이 견뎌갔다. “힘들었죠. 둘째아이가 다리가 꼬여 나올 정도로 오랜 시간 앉아 있었어요” 그녀는 현재 우리 학교 공대 소속 교수 중 유일한 여교수로서 당당한 여성 과학자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다.


남성 중심의 학문인 공학을 전공해 힘겹게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기에 후배들에게는 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는 그녀. “누구보다도 공대 여학우들의 힘든 시간을 잘 알기에 많은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미소에서 ‘여성’ 엔지니어의 부드러움과 여성 ‘엔지니어’의 강한 의지가 깊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