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미술교육03ㆍ졸) 동문

기자명 김청용 기자 (hacar2@skku.edu)

△ 김진경 동문

인도 유적에서나 보일 법한 화풍. 관능적인 여성의 강렬함. 빨간색이 주를 이루는 그녀의 그림에는 메두사 같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손톱, 도깨비방망이, 용이 자주 등장한다. 얼핏 보면 무서운 인상을 풍기는 그림들. 이처럼 독특한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바로 우리 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김진경 동문이다.

유달리 개성이 강한 그녀에게 자기 화풍을 규정지어 주길 부탁하자 하는 말. “자기 화풍을 규정짓는 거, 그거 매너리즘이에요” 작가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 동문. 그래서일까. 그녀는 스스로를 새로운 창조를 위해 과거의 흔적을 파괴하는 힌두교의 시바신으로 표현하며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강한 개성을 가진 그녀에게 대학생활은 예술생활 시작을 위해 자신을 처음 정의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그녀에게 유교적 철학과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학교 생활은 ‘철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데 큰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갑갑했지만 우리 학교에서 모든 분야, 특히 예술에서의 철학과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김동문은 예술철학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그녀는 가장 손쉽게 창작할 수 있는 학교 과제에서 예술철학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항상 과제용 캔버스가 넘쳐났었어요” 동기들은 김 동문에게 양으로 승부한다고 비아냥 거렸지만 교수님은 이런 그녀를 인정해줬다. “교수님은 제 작품을 보고 역량을 극대화 할 길을 알려주셨지만 동기들과는 제 작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어요”

작품에 대한 의견교환에 목말랐던 그녀는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녀는 학교에서 가까운 인사동 갤러리들을 그 우물로 삼았다고 한다. “전시가 맘에 든다 싶으면 그 작가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에 대해 듣곤 했고, 그 삶들이 쌓이자 자연스럽게 예술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이처럼 예술철학을 확립하려는 노력 덕분에 지금의 작품생활을 하게 됐다는 그녀는 지금의 대학생, 특히 미대생들이 자기 철학을 가지지 못한 모습에 많이 실망 했다고. “우리 학교 강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학생들은 출석이나 성적에만 신경 쓰는 것 같아요” 그녀는 후배들에게 미대생의 특수성을 죽이지 말길 충고한다. “과제처럼 주어지는 일만 하지 말고 자기가 갈 길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척하세요”

창조를 위한 파괴를 끝냈다는 그녀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로맨틱한 식사를 하는 ‘저녁식사’를 다음 창작의 모티브로 삼으려고 한다. 짧은 역사 때문에 역할 모델이 부족한 미술학과에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김 동문. 작품세계의 변화무쌍함으로 후배들에게 역할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