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ia Gerling(사과계열ㆍ독일)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내가 한국에 오기로 결정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나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는데, 마침 우리학교(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Fulda)는 성균관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한국의 언어, 경제, 날씨 등 아주 기본적인 것 밖에 모르던 때였다. 한국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고 역동적이었으며 아름다운 강산의 나라였다.

내가 독일의 집으로 보낸 첫 번째 편지 제목은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지만, 실은 서울엔 조용함 빼곤 다 있었다. 어느 곳을 가나 교통은 복잡했고, 사람들이 있었으며 음악이 흘러 나왔다. 연이은 소음이 때때로 괴롭기도 했지만 이미 자취를 감춰버린 그때의 기억이 그립기도 하다.

한국에 온 외국인에게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 중 하나는 아마 음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젠 한국의 전통 음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진 몇 주가 걸렸는데 음식이 맛있지만 너무 맵기 때문이었다. 밥을 먹으며 얼마나 많은 친구들 앞에서 울었던지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 새로 온 외국인 친구들이 식사 중 물을 벌컥 마시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심지어 나는 독일로 음식을 가져와 가족들에게 소개도 했다. 그다지 즐기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계속 권해볼 생각이다.

마지막 몇 주간은 수도권 밖을 여행하며 한국의 다른 지역에 대해 알아보았다. 교외지역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가파르지만 굽이굽이 이어진 산과 황해바다의 일몰 등을 볼 수 있는 국립공원들은 경외심마저 자아내었다. 나는 한국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여관을 떠나 절간에서 머물렀다. 스님의 일과를 따르다 보니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곧 익숙해 졌고 새로운 생활리듬이 좋았다. 새벽에 고요한 산의 적막을 뚫고 울려 퍼지는 1미터 남짓 종소리를 들으면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솟아났다.

내가 한국에서 제일 감동받았던 것은 사람들, 한국인이었다. 이제 그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어는 단지 한 두개의 단어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한국어는 정말 배우기 어렵다는 것만 깨달았다. 한국어로는 한마디도 대화를 못했음에도 사람들은 따뜻하게 대해줬다. 학교 안에서 교수들과 친구들은 숙소, 도서관을 찾는 것부터 좋은 미용실을 찾는 것 까지 여러모로 도와줬다. 길을 물으면 친히 목적지까지 함께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총 규모가 20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의 어떤 한 가족은 호텔에 빈방이 없어 애태우던 나를 위해 기꺼이 숙식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난 내가 정말 소중히 여기고 이 세상 끝까지 퍼졌으면 하는 따뜻한 인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다.

어떤 친구는 내게 초콜릿을 주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당신들이 언젠가 독일을 방문해 따뜻한 환대에 보답할 기회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