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 경험 아닌 객관화된 수치 통해 예측 정확도 높여와

기자명 박경흠 기자 (trident22@skku.edu)

‘저녁 노을이 지면 다음날 날씨가 맑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을 현대 기상학의 시각에서 풀이하면, “노을이 진다는 것은 구름이 없다는 뜻인데, 해가 지는 서쪽에 노을이 지므로 서쪽에는 구름이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으므로 다음날 아침이면 서쪽의 구름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현재 서쪽에는 구름이 없고 따라서 내일 날씨는 맑을 예정이다”가 된다. 이처럼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미래의 날씨를 예측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대기나 기압 등 각종 기상 요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날씨를 정확히 해석해내는 기상학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기상학이란 지표면의 △습도 △기압 △온도 등 각종 요소들을 바탕으로 불규칙한 기상현상을 연구·예측하는 학문으로,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던 고대에서조차 매우 중요한 학문 중 하나였다. 이는 당시 사회가 갖고 있던 산업적 특징 때문이었다. 농업 사회에서는 하루 강수량에 따라 농사의 실패를 가늠할 수 있었고, 바닷길을 통해 주로 교류가 이뤄지던 상업 사회에서도 그 날 바다의 날씨에 따라 출항 여부가 결정될 정도로 기상 예측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상학에서 현재와 같이 각종 기계와 일기도를 동원해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세기의 일로, 이전까지의 기상학은 현재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띠곤 했다.

경험을 통한 날씨 미리보기, 관천망기 시대
날씨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전무했던 과거에는 날씨를 예보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 사제나 왕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혔다.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 『기상학』에서 여러 가지 대기현상을 기술했고, 우리나라의 『삼국사기』에는 당시의 특이한 △구름 △안개 △서리 △우박 등의 기록과 그에 따른 피해상황 등이 묘사돼 있다. 기상학 역사에서 관천망기(觀天望氣) 시대로 분류되는 이 시기의 사람들은 특정 자연 현상을 관찰해 일기를 예측하려 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내린다’와 같이 주로 날씨에 능한 농민이나 어민들의 관찰 경험을 바탕으로 속담 형식의 기상 정보가 저장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찰 경험에 의한 기상 관측은 정확한 시간대 별 분석이 불가능해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기상현상은 ‘관찰’이 아닌 ‘측정’의 대상
이후 과학자들은 보다 정확한 기상 예측을 꿈꾸며 각종 기상현상들을 더욱 정확하고 세밀하게 분석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비가 오고 있다면 얼마나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지, 날씨가 눅눅하다면 ‘습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 기상 현상을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위를 만들어 수치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측기의 시대’ 였던 당시는 누가 얼마나 정확한 관측 기기를 만들어 정확한 수치와 자료를 얻어내는 지가 기상학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동·서양이 경쟁적으로 날씨와 기상 정보를 측정하는 각종 기계들을 선보였는데, 1442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측우기가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1597년 갈릴레오가 공기온도계를 발명한 이후 1658년 게리크가 기압에 따라 일기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등, 이 시기에는 각종 기기를 통해 기상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게 됐다.

일기도, 기상학 연구의 주인공으로 자리잡다
이후 이렇게 모인 체계적인 기상 정보들은 기상학의 최종단계인 ‘일기도 시대’의 밑바탕이 된다. 같은 기압골을 연결해 날씨를 분석하는 일기도는 더이상 기상 현상을 한 지방에만 국한시키지 않으며 거시적인 기상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1854년 프랑스의 르베르에 의해 지역에 따른 기압계의 이동이 확인되면서 일기도는 기상학에 있어 매우 보편적인 도구로 자리잡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일기도를 만들어내는 동안에도 날씨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데 있다. 대기 변화 속도는 매 초별로 달라질 정도로 매우 빠르기 때문에, 최근에는 슈퍼 컴퓨터 등 각종 첨단 기기를 동원해 일기도를 되도록 짧은 시간 간격으로 만들어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현재 기상학은 보다 정확한 자료 수집에 힘을 쓰는 한편, 나아가 인간에 유리하도록 기상환경을 조절할 기술력을 확보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기상청 정광범 예보관은 “기상 조절이 갖고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발전된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날씨로 인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나 재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기상조절이 연구되고 있음을 밝혔다.

수천년 동안 각종 기기와 함께 발전한 기상학. 인류 역사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기상 현상에 대한 수많은 연구와 도전을 통해, 기나긴 역사를 지닌 기상학이 미래의 신학문으로도 새롭게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