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찬 편집장 (sansiro@skku.edu)

지난 2월 25일은 대한민국의 17대 정부가 출범한지 딱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이 정부 아래에서 우리 나라는 그야말로 ‘다이나믹 코리아’ 였다. 숭례문 화재에서 시작해 최근 의 용산참사와 일제고사, 방송법 등 주요법안의 날치기 시도까지, 많은 국민들은 상식을 벗어난 정부의 처사에 촛불을 들기도,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대혼란의 중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국가원수가 종종 비판의 화살을 맞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4개월 만에 10%대로 떨어지고, 다음 해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다는 집권 2년차에 지지층의 반 이상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은 지난 1년간의 실정을 너무나도 확실히 입증하는 사례다. 심지어 집권 1년을 되돌아보는 설문조사에서 ‘잘한 것이 없다’는 응답자가 16.6%였으며, 응답하지 않은 사람도 26.8%에 달했다. 가장 잘한 정책으로 39.3%가 유류세 환급을 꼽았다는 결과는 쓴웃음까지 자아내게 한다.

‘귀를 틀어막은 불도저’ 같았다고 하면 정확할까.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는 결국 수입됐고, 피해자의 시신이 식기도 전에 용산참사의 책임을 그들에게 뒤집어 씌웠으며, 이미 ‘불가’ 결론이 났던 제2롯데월드 공사는 다시 삽을 들 수 있게 됐다. 이뿐이 아니다. 겨우 1년 만에 여론 수렴, 간담회, 타협, 의견 조정 등 느리지만 꾸준히 학습해온 민주화의 가치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대학가는 어떨까. 원주민을 몰아내는 뉴타운 정책으로 인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는 집값 상승으로 몸부림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웃는 것은 건설사와 재개발업체 뿐이라는 것은 용산 참사에서 이미 여실히 입증됐다. 일선 대학교에서는 고교등급제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자율화라는 명분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의 권한을 대학교육협의회에 위임했고, 대교협은 고교등급제 논란에 팔짱을 끼고 있다. 반값 등록금 공약은 어떻게 됐을까. 올해의 등록금 동결은 고등교육 재정 확충 등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경제 위기에 협조해 달라’는 당부에 대학들이 협조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1년 동안 나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많은 국민들은 집권 2년 차에는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바램에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이렇게 답했다.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고 다양한 여론을 경청하되, 일희일비 하거나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과연 그럴까. 대통령이 이와 같은 포부를 밝힌 25일,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대기업과 언론사의 방송 진출을 가능케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이 법안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 속에 지난 12월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던 바로 그 법안이다. 지난 1년간의 비판에 대해 불도저가 내놓은 해결책은 국민의 바램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도 각 방송사에서는 이 법안에 반대하는 파업과 투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1주년 기념사에서처럼 국가 정책은 단기간의 평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의 1년을 바라보는 목소리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바뀌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로 대통령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금 찾아야 하는 것은 초심을 상징하는 취임식 넥타이가 아니라 진정한 대통령의 자세라는 것을 아직도 깨우치지 못한 것일까.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때로는 자신의 주관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4대강 살리기도, 대학 자율화도, 뉴타운 정책, 방송법 밀어부치기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때로는 국민에게 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아직도 깨우치지 못했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