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내사랑 블레인' 리뷰

기자명 홍장표 기자 (jangpyo@skku.edu)

주민들의 생계수단인 올리브나무를 전기톱으로 무자비하게 자르며 무력진압을 서슴지 않는 군인들, 피 흘리며 다치는 와중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시위를 벌이는 마을 주민들. 이처럼 치열한 모습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팔레스타인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내 사랑 블레인’의 한 장면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블레인이라는 팔레스타인의 작은 마을에서 2005년부터 1년간 발생한 사건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블레인 주민들은 분리장벽에 의해서 이미 절반 이상의 땅을 잃어버렸으며, 올리브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위하던 중 수천 명이 다치고 11명이 죽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 가담자 람지는 머리에 고무탄을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주동자의 아들 라니는 시위도중 척수를 다쳐 평생 휠체어를 타게 되지만 반대 시위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듯 영상은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목숨 걸고 시위하는 모습을 생생히 담아내고 있다.

블레인 마을의 시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이들의 비폭력시위에 감동한 이스라엘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면서부터다. 물론 초기에는 이스라엘군이 외부인의 출입 자체를 불허해 현지 주민들과 연대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비밀경찰이 갈등 조장을 목적으로 시위대의 일원으로 가장한 뒤 의도적인 폭력사태를 유발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하지만 ‘장벽 설치 반대’ 문구를 쓴 거울을 군인들에게 비추거나 자신들의 생계수단인 올리브 나뭇가지를 드는 등 비폭력 시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점차 갈등을 풀어나간다. 다큐멘터리는 “처음에는 이스라엘인과 같이 시위를 하는 것 자체가 어색했지만 이제 우리는 서로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는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을 비추며 그들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위에 참가한 현지주민들이 체포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활동가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규모의 한계와 현지주민들의 계속되는 절망으로 인해 시위 자체를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경을 뛰어넘는 이들의 연대는 이렇듯 ‘현실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연대 또한 강화시켰다.

지금도 바다 건너에 위치한 블레인 주민들은 비폭력 시위를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침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블레인 주민들과 이스라엘 활동가들의 우정 어린 연대는 인권과 평화가 피부색이나 소속 국가를 떠나 가장 중요한 보편적 가치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