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개강 무렵 학교에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지사겠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1학기 개강 시즌이 2학기 개강 시즌에 비해 보다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쳐 보인다. 아마도 계절이 봄으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요즘 날씨를 보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와야 할 봄이 아니 오지는 않을게다(이 글이 학우들께 읽힐 때쯤엔 4월다운 날씨가 회복돼 있길 바란다).

1학기 개강과 더불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2학년이 된 학우들과 학사 및 일반 편입학한 학우들은 각자 자신의 전공을 갖게 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회학전공은 인원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2학년부터 4학년까지 재학생 숫자가 70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한 학년이 100 명이 넘는 전공에 소속된 학우들이 들으면 꽤나 놀랄 일이겠지만, 사실이다. (전공예약으로 입학한 새내기들이여, 그대들을 제외했다고 서운해 하지 말지어다. 여러분은 아직 전공 재학생으로 카운트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인원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이 전공을 지원하는 학우들이 적다는 뜻이고, 더불어 이 학문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즉 사회학전공 진입을 신청해 들어오는 학우들의 수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전에 성균멘토 중 한 분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회과학계열 1학년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사회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적지 않게 보는데, 그 중에 실제로 사회학전공 진입신청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못한다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 전공을 하게 되면 취업에 불리하다든지, 뭐 그런 이유로 반대하시는 거겠죠.”
비단 사회학만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닐 게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계열 전공 중 일부는 명백히 그와 유사한 처지에 놓여있다. 다른 건 몰라도 “취업에 불리하다”거나 “돈이 안 된다”는 말에는 그 전공에서 배운 지식이 직업세계로의 진입과 부의 창출 및 축적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세상이 그러한 가치에 따라서만 작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사회학을 비롯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전공들은 대학교 요람에서 시쳇말로 ‘방을 빼는’ 도리밖에 없다. 그런데 그 지식들이 과연 그렇게 쓸모없는 것이기만 한 걸까?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현금가치(cash value)’라는 용어를 통해 자신의 지식론을 피력했다(여기서 ‘현금’이란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가치를 뜻하는 비유적 표현이지 ‘당장 돈이 되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지식은 삶의 문제 해결 또는 의미부여를 통해 인간의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지식이 현금가치가 있느냐의 문제는 그것이 무엇에 대한 지식인가와는 다른 문제다.

인간 생활이 순전히 ‘먹고 사는 문제’로만 환원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인관계·가치·신념·문화 등의 문제를 도구적 합리성(instrumental rationality)으로만 풀어낼 수도 없다. 어떻게 사회라는 것이 가능한가, 그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고 일상생활과 대인관계는 어떻게 영위되는가, 지금의 사회는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식이 현금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자유겠지만…….

전공을 갖는다는 것은 그 학문이 담고 있는 지식을 배운다는 말이다. 바라건대, 신입생 여러분을 비롯해 아직 전공이 결정되지 않은 학우들께서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현금가치’가 있는 지식이 무엇인지 충분히 탐색, 성찰하고 전공진입 신청에 임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