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ㆍ학우 모두 한계점 드러내… 모두의 의견수렴 이뤄져야

기자명 염동윤 기자 (dongyoon@skku.edu)

▲ BSM 강좌 중 일반물리학1의 수강신청 화면. 모든 강의에 국제어 강의 표시가 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기초자연과학(이하:BSM) 과목 대부분이 국제어 강의로 개편됨에 따라 이공계 학우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식으로 공지되지 않은 채 시행된 국제어 강의
우리 학교는 글로벌화에 발맞춘다는 명목 하에 기초자연과학 부분을 국제어 강의로 변경했다. 2009학년도 1학기부터 이공계열 1학년이라면 대다수 듣게 되는 △미분적분학 △화학 △물리학은 전면 영어화 했으며 그 외에도 대부분의 BSM 과목을 국제어 강의로 변경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학교차원의 공지가 미진했다는 점이다. 물론 작년 2학기부터 비공식적인 형태로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긴 했지만 학우들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로부터 제대로 된 공지조차 전달받지 못한 채 국제어 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무팀(팀장:오시택) 이승준 계장은 “우리 학교는 국제어 강의를 최대한 늘리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수업 형태 변경에 대한 사항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아닌 교ㆍ강사들에게만 공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의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달라진다는 중요한 사항이 학우들에게 공지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된 것은 수업권 침해라는 의견도 있다. 취재에 응한 자연과학계열의 한 학우는 “일부 선배들은 강의 언어 선택권을 박탈당한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7년도부터 전면 영어강의를 실시해 온 카이스트의 경우 정책 내용이 시행 전에 미리 공지됐다는 점에서 우리 학교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이스트 강의의 영어화는 시행 전부터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우들에게 재전달 된 것이다.

국제어 진행으로 학생과 교수 모두 힘들어
갑작스런 BSM 과목의 국제어 강의 시행으로 인한 문제는 효율성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더 심각하다. 실제로 일부 교수들이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영어 강의 후에 우리말로 재설명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제어 표기가 돼 있음에도 한국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계장은 “전체적인 학교 수준의 발전을 위한 정책인데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되돌리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우들의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봤을 때 학교 측의 이러한 태도는 충분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취재 결과 담당 교수들 사이에서도 학생의 이해도와 관련 전면 영어화의 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BSM 과목 강의를 맡고 있는 한 교수는 “학생마다 영어 수준이 다르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어 영어화를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았다”며 “학교 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갑작스레 시행됐으나 정착되기 전까지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해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실질적인 개선책, 현재로서는 미비
BSM 영어화는 구성원들과의 협의가 선행되지 않은 정책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대비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그나마 신입생들의 자율학습을 위해 기존에 존재했던 ‘어깨동무’라는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이 있으나 이는 BSM 과목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 중 일부 교수들이 여러 번 설명하거나 따로 보충학습을 하는 경우 역시 일부 강의에 한정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해결책이라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최영일(물리) 교수는 “학교가 일단 시행한 정책이고 취지 자체는 좋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추후에 결과를 봐서 학생들의 이해도가 국어 강의와 비교해 하락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있다면 그 때 다시 의견 수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