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한계와 정서적 단절 등 문제 발생… 내실 다져 진정한 국제화 확립해야

기자명 염동윤 기자 (dongyoon@skku.edu)

 학내 외국인 유학생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학교 적응 실태는 여전히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화 열풍에 발맞춰 대학마다 유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은 2008년 기준으로 벌써 7만명을 넘었다. 이러한 양상 속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현황이 대학들의 국제화를 측정하는 기준이 돼 여러 대학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 학교 역시 수년 전부터 글로벌화를 추구해 왔으며 이제 교내에서 외국인 학생과 마주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우리 학교는 작년 기준으로 전세계 28개국에서 온 9백10명의 유학생이 등록, 올해는 그 수가 1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전체 대학 중에서도 손꼽히는 순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유학생들의 적응 상황과 이들에 대한 복지의 측면에서 볼 때 아직 우리 학교가 국제화의 선두 주자라고 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 인사캠 국제관 2층에 위치한 국제교류팀. 유학생 복지와 관련 많은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천 여명의 유학생을 모두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제도적 문제에 봉착해

우리 학교의 유학생 복지 시스템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관리나 지원에 있어 구조적 한계를 보인다. 현재 교내에는 외국인 학생들의 원활한 적응을 위한 단체들이 존재한다. 외국인 봉사동아리 ‘하이클럽’은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성균어학원 산하의 유학생 도우미 ‘프렌즈’는 일반 유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학교 적응과 더불어 수강신청이나 교내 서비스 이용 등 행정적인 면에서도 많은 부분 돕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전체 유학생의 규모보다 이러한 단체들의 규모가 작아 일부 유학생들에게만 신청을 받아 도우미를 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백 명이 채 안 되는 교환학생은 교환학생 도우미인 하이클럽으로부터 손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이에 비해 절대적으로 수가 많은 일반 유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관련 부처의 부족한 여건에서도 제도적 한계가 드러난다. 유학생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국제교류팀(팀장:조승현)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을 시행하고 학사 안내도 병행하고 있으나 천 여명이나 되는 유학생을 전부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제교류팀 박병주 과장은 “국제교류팀에서 모든 학사 안내를 담당하기엔 무리가 있어 자세한 교육과정 안내는 각 학부나 학과에서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하나의 문제, ‘마음의 장벽’

한국 학생들과의 정서적 단절 또한 유학생들의 적응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교내에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있으나 그들이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는 모습보다는 같은 국적 유학생끼리 모여 다니는 모습이 더 흔한 것이 현실이다. 취재에 응한 한 유학생은 “강의 중 팀을 이뤄 수행하는 과제가 있을 경우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기피현상이 있는 편”이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언어장벽 때문인지 여전히 거리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에서도 이와 같이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정서적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성균어학원과 협력해 한국어 강좌를 다수 개설했다. 뿐만 아니라 정서적 거리의 단축을 위해 △인터네셔널 데이 △음식문화 축제 △필드 트립 등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여러 행사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 주최로 시행되는 행사는 소통 부재로 참여율이 저조한데다 이마저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일정 등을 정하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참석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유학생들의 복지와 그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정서적인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학부 단위에서부터 유학생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해 의식 개선이 선행돼야 함을 주장했다.

타대 사례와 내부 의견 반영해야

이처럼 현실적인 개선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타 대학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유학생들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외대의 경우 ISO라는 외국인 도우미 동아리가 있는데, 이는 국제교류팀의 산하기관으로 분류돼 학교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체 구성원의 30%가 외국인 학생으로 이뤄져 활성화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이밖에도 고려대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교류하지 못하는 유학생들을 위해 ‘대인관계 향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한양대는 매년 2백 명의 신입생을 뽑아 유학생 도우미로 활동하게 하는 등 여러 대학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편 우리 학교 외국인 유학생들 또한 취재 결과 실질적 개선책의 필요성을 직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한 유학생은 “학교에서 신입생 반 편성 시 유학생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이는 한국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의 융화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해 유학생들의 적응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글로벌 대학의 위상은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스스로가 국제화를 체감할 때 비로소 확립된다 할 수 있다. 글로벌 성균관대를 외치며 대학사회의 국제화에 앞장서는 우리 학교가 화려한 겉모습을 넘어 내실까지 갖춘 진정한 국제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