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교수님께 우선 죄송하다. 약속을 잡을 당시 30분만 하자던 인터뷰가 1시간 30분이 됐기 때문이다. 푹푹 찌는 날씨에 남들 다 휴가가느라 바쁜 8월 초, 예상과는 달리 방학 때도 연구실에 매일 나오신다던 교수님은 말투만큼이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셨다. 뭔가 달관한 듯한?

현대사는 분명 어렵다. 똑같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말이 많다. 상처받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대외적으로 얘기하기를 꺼리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물론 ‘뜨끔’하시는 분들의 압력도 한 몫 했겠지만 말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현대사의 긍정적 측면이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겉으로 보이는 독재, 일제 강점 등 암울한 사건들만이 전부인양 오해받아왔던 것 같다. 조금만 더 현대사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젊음을 불사르면서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한국인들의 건강한 땀이 흐른다. 조금만 더 고개를 들어보면 토지개혁, 전쟁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도 급속도로 평등의 개념이 퍼졌던 해방 후, 민중들의 환희가 보인다.

하나의 현상을 볼 때 사회가 처했던 여건, 정치적 조건, 주체들의 노력 등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역설하시는 교수님. 그러고보니 그의 초월한 듯한 태도는 현대사를 보는 데 무게추를 어느 한 쪽에 두지 않고 고루 살피시는 혜안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내년이면 △한일병합 1백주년 △4월혁명 50주년 △광주민중항쟁 30주년 등 현대사를 기념할 만한 사안이 많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삐뚤어져있던 우리의 사관을 바로잡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