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자발적 귀농으로 주목…농촌문제 대안으로 떠올라

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edu)

‘농촌에 아이울음 소리가 끊긴지 오래’라는 말처럼 70년대 산업화 이후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해 지금의 농촌은 황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최근, 도시의 빠르고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느리게 산다는 것의 미학’을 실현하기 위해 귀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지역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학 졸업 혹은 사회 진출 후 취업이나 창업을 선택하는 대신 농업을 선택하는 20~30대 청년들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농업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택한 청년들의 모습과 그 의의를 살펴봤다.

2007년도 농림수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귀농한 3만여 명 중 20~30대는 1만여 명. 이는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의 귀농이 적지 않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농촌에서 비전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귀농을 택한 청년들로 이른바 ‘리팜족(re-farmㆍ젊은 귀농족)’으로 불리고 있다. 기존의 귀농이 △직장해고 △사업실패 △정년퇴직 등 재활적 측면이 강했던 것에 비해 ‘리팜족’의 귀농은 새로운 직업 형태로, 자발적 측면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농촌의 새로운 대안 리팜족
물론 농사일에 익숙하지 않고, 전문적 지식이 없는 청년층이 농업을 선뜻 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몇몇 단체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를 위한 전문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리팜족 교육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국농수산대학. 이곳은 일반 대학의 학사과정과 유사하게 신입생을 모집해 전문적 농업인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농수산대학의 전공은 △식량작물학과 △특용작물학과 △채소학과 △과수학과 △대가축학과 등 농업관련 학과로만 이뤄져 있으며, 2학년 때에는 △우리나라 △이스라엘 △일본 등의 농가 실습을 통해 현장 감각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이 학교에 재학중인 김형태(과수학과 3학년) 학생은 “다른 대학의 농업관련 학과를 다니다가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농사를 짓고 싶어 농수산대학에 진학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서는 현재 10기까지의 졸업생이 배출됐으며, 3년의 정규교육을 마친 졸업생 중 90%가 농장을 경영하는 등 거의 모두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더불어 졸업생들끼리 영농조합을 형성하고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품을 인터넷 거래, 정기장터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리팜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는 추세다. 농협중앙회의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는 지난 5월부터 농업인턴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청년층의 귀농을 돕기 위한 정책으로 전국에서 7백50명의 농업 인턴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30대의 상담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농업교육이나 정부 지원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농수산대학의 배이슬(식량작물학과 1학년) 학생은 “농업은 현장성이 중요한 만큼 수업에서도 실습이 많이 행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대부분 대규모, 기업화 농업에 관한 것이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의 지원도 전문적 교육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교육과 지원금 보조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층의 귀농, 그 신선한 도전
WTO 가입 후 FTA가 체결된 상황에서 고령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 중인 농촌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팜족의 증가는 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간의 젊은 대학생들이 단기적인 농활로 농촌 경기에 도움을 줬던 측면에서 더 나아가 청년층이 전문적인 직업의 한 형태로 농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리팜족이 풀뿌리민주주의를 본격화 시킬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도시에 과도하게 몰려있

는 청년 인구를 농촌으로 분산 시킴에 따라 농촌의 연령층이 다양해져 그만큼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농수산대학의 김형태 학생은 “젊은 인구의 농촌 유입은 이스라엘의 농업공동체 ‘키부츠’처럼 육아, 교육 문제를 농촌 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 농촌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귀농의 경우 자신의 적성에 부합해야하며, 기초지식이 없이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최근 농업의 흐름이 △경영 △농기계 사용 △유통 및 판매 등의 종합적인 형태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실제로 대학 졸업 이후 경기도 여주군에서 ‘해밀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주원 씨는 “다른 일과 비교해 농사가 쉽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며 “금전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고 농업을 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청년층이 지방에 연고가 없어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자금, 생활여건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현재 리팜족은 사회적 소수다. 더구나 향후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농업이란 길을 택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귀농은 △교육 △문화 △인구 등의 측면에서 시름을 앓고 있는 우리 농촌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청년들의 흙 묻은 손과 건강한 미소는 아름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