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민지 기자 (msvt4ever@skku.edu)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북 소리, 흔들거리는 대나무 사이로 보이는 두 무술 고수의 대결. 2001년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중국의 영화 <와호장룡>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무술 대결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예술적인 이 장면은 동양 무술이 가진 예술성에 대한 세계인들의 주목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동양의 무술, ‘마셜아츠(martial arts)’는 예술로의 도약을 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마셜아츠란 △태권도 △가라데 △쿵푸 등 동양의 무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무술이 서양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퍼포먼스적 요소가 가미됐고 이제는 하나의 독립된 문화현상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무도계의 새로운 유행이 되었고, 마셜아츠가 전투 기술로써의 무술에서 벗어나 충분히 예술로 승화되고 표현돼야 한다는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인 ‘태권도’를 소재로 한 마셜아츠 퍼포먼스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 신호탄이 된 작품이 바로 뮤지컬 <점프>. 한마디의 대사 없이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면서 태권도의 예술성을 극대화한 뮤지컬 점프는 해외 16개국 순회공연을 할 만큼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무술의 예술성을 인정하면서 태권도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마셜아츠 퍼포먼스 공연들이 제작되게 된다.

<점프>를 비롯해 이후 등장한 △<아리랑 파티> △<태권무무-달하> △<타타 IN 붓다> 등 우리나라의 마셜아츠 퍼포먼스들이 더 큰 의의를 갖는 것은 전통적 정신을 담은 태권도를 기반으로 해 민족적 전통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태권무무-달하>를 제작한 경기도립무용단의 조흥동 예술 감독은 “태권도를 단순한 스포츠 차원에서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의 창작소재로 재조명함으로써 우리 태권도의 우수성을 알리고 민족의 문화를 공감해 보자는 취지에서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권도의 예술성을 극대화한 이런 작품들이 쉽게 제작되는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퍼포먼스적 요소가 있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전투 기술인 무술을 예술과 하나로 융합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무술인들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타타 IN 붓다>에 우석대 태권도 학과 재학생 40명이 직접 연기자로 참여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 최상진 학과장은 “태권도에 예술성을 가미한 신선한 시도로 태권도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과도 무도 정신을 함께 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전통 무술 정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일각에선 마셜아츠 퍼포먼스가 태권도의 순수한 무술 정신을 흐릴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최 학과장은 “태권도의 동작들이 그대로 공연의 안무가 되기 때문에 정신이 퇴색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마셜 아츠가 완벽히 예술로 인정받기 까지는 아직까지 일부 보완되어야 할 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공연들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생각해 보면 태권도 퍼포먼스 뮤지컬 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을 통해 동양의 무술에서 세계의 무술, 세계의 예술로 나아갈 마셜아츠 퍼포먼스의 밝은 내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