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상현 편집장 (sangpa88@skku.edu)

기말고사를 목전에 둔 지난 금요일 밤, 오후 10시를 넘어서 시작한 개표는 새벽 3시가 다돼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그 날 ‘The하기’ 선거운동본부가 제42대 총학생회로 당선됐다. 어느 때보다 이번 선거 판세를 예측하는데 조심스러웠던 필자의 조바심과는 달리 1천7백표 이상의 압도적인 차이로 The하기 선본의 승리가 확정됐다. 표차를 만들었던 대부분이 자과캠이었다는 부분 역시 주목할 만했다. 인사캠에서는 박빙의 개표결과가 나왔던 반면 자과캠에서는 삼성학술정보관에서만 7백표 가까이 차이가 나는 등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42대 총학 선거가 끝이 났다.

이번 결과에 대해 학우들 역시 많은 관심을 보였다. 본보에서 진행한 선거 개표 중계의 경우 3천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던 41대 총학 선거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7천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가장 큰 이슈를 불러왔던 총학 선거 중 하나였던 지난 39대 총학선거(yOungOne Fly 對 Zoom IN 선본)와 비슷한 수준의 조회 수 기록이었다. 물론 이러한 학우들의 관심이 비단 진정으로 총학의 설립을 염원하고, 순수한 마음에서 그 결과물이 궁금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1차 선거 무산으로 인한 재선거 실시와, 재선거 과정에서도 발생한 조작논란 등 끊임없는 잡음의 발생으로 인한 애증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표 당시마저 조작표로 의심되는 표가 발생해 중선관위가 개표를 중단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인사캠 경제관 투표소에서 발생한 조작표로 인해 많은 학우들이 실망을 금치 못했음은 물론, 처리과정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과정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먼저 본인의 의사가 최종 결정과정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사퇴를 선언한 인사캠 중선관위장을 포함한 일부 중선관위원들은 결코 옳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학우들이 직접 손으로 뽑은 대표자들이, 일을 해결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사퇴라는 도피처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정치를 답습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당시 선본이었던 The하기와 성대가자 역시 마찬가지다. 양 선본은 당시 사태 이후에 공동으로 대자보를 작성해 그에 대한 책임을 단순히 특정 중선관위원에게만 물으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차례의 선거 무산과 재선거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뒤로하고 중선관위에서는 제42대 총학의 당선공고를 냈다. 물론 지난 4일간의 선거를 통해 두 선본이 학우들의 심판을 받은 만큼 당선을 공고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위의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선된 총학에 대한 학우들의 신뢰가 얼마나 높을지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아무리 행동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들 기본적으로 총학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상태에서 학우들의 공감이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중선관위가 단순히 선거 종료 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추락한 총학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으로 학우들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필자가 대학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총학의 지난 1년을 평가할 때마다 학생회의 존재 이유나 필요성에 대해 역으로 질문하는 학우들의 모습을 많이 접했다. 학생회가 진정한 ‘자치’를 이루고 대학구성원의 한 축으로 당당하게 활약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수반돼야 할 대표성을 학우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통만을 외치던 지난 제41대 총학은 학생회의 오랜 폐단인 소통 부재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채 임기를 끝맺었다. 학생회의 대표성과, 학내 자치의 부활을 ‘소통’에서 찾으려고 했던 지난 학생회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주사위가 던져질 때다. 학우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그리고 그 의견을 어느 곳에라도 과감하게 표출하기 위해 더욱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길 바라며 필자의 지난 2년 반의 성대신문사 생활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