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외치다』, 류은숙

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edu)

인권, 그 이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그런 걸까. 정작 중요한 가치에 대해 소홀히 하는 우리는 인권을 주창하면서도 끝없이 의문을 품는다. 그래서 인권이 뭔데?

인권은 마치 공기와 비슷해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없을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단순한 것 같지만 복잡한 사연이 가득한 ‘인권’. 여기 인권의 역사성과 현재성, 보편성과 구체성을 총망라한 단 한 권의 아카이브, 류은숙 저자의 『인권을 외치다』가 있다. 

『인권을 외치다』는 우리가 많이 들어 본 <세계 인권 선언>부터 시작해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파리 코뮌 선언>, <미국 독립 선언서> 등 인권의 기념비가 된 문헌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직접 번역한 37개의 인권 문헌을 통해 각각의 선언문이 탄생하게 된 배경, 역사적 의미, 그리고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짚는다. 이 책은 인권의 과거부터 시작해 현재 종착역까지 달리고, 더 나아가 인권의 방향을 설정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인권을 알아가는 데 있어 여러 개의 인권 문헌을 살펴봐야 할까. 인권이란 말 그대로 인간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할 필수적인 권리를 말한다. 인권은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에서 발생하므로 인간이면 누구나 존엄성을 누리기 위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인권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은 모든 사람 즉, 그 주체가 너무나도 다양하기에 그들을 위한 인권 문헌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인권의 영어 표기 ‘human rights’을 통해서도 우리는 인권이 하나의 권리가 아니라 다양한 권리들의 집합체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문헌들을 통해 각 인권의 구체성을 파악해야 한다.

인권 선언서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언서는 <세계 인권 선언>일 것이다. 저자 역시 맨 처음 접한 인권 문헌이 바로 이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5천만 명에 이르는 목숨을 잃고서야 사람들은 전쟁의 만행이 인권을 위협하고 있음을 깨닫고, 인류 공통의 인권 기준을 만들게 된다. <세계 인권 선언>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의 인권 보장을 국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문서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구 지배를 정당화하는 도구일 뿐이며, 제3세계 생각은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세계 인권 선언>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후 다양한 인권 문헌을 만들어내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우리들의 인권에 가려 거의 드러나지 않은, 대부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무시되기 일쑤인 노인, 장애인, 아동, 여성,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라고 부르는 이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여러 문헌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상상력이 요구된다. 인권에서 연대해야 할 대상은 권리가 없거나 약한 사람이다. 또는 우리가 직접 겪지 못할 미래 세대이기도 하고, 우리와 종이 다른 자연의 모든 생물 종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권에 대한 끊임없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인권의 역사는 마치 톱니바퀴 같아서 한 번 나아지고 나면 절대 후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늘날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돌이켜보면 우리의 인권은 다시 몇 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인권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권에 대한 우리의 자각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인권을 올바르게 알기 위한 첫걸음이 인권의 역사에 대해 이해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