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주제 다룬 매체 늘어… 위기 극복 위한 노력 필요

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edu)

현재 대학사회의 자치언론을 두고 사람들이 외치는 말, 위기. 말 그대로 지금의 자치언론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위기에도 언제나 ‘희망’은 있다. 지난해 다양한 소재의 언론매체들이 탄생하면서 건실한 활동을 통해 더욱 그 행보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들 언론은 끊임없는 ‘위기론’ 속에서도 희망과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자치언론은 4대 대학 언론(△교지 △방송사 △영자신문 △학보)과 별개인 독립적인 언론을 의미한다. 주로 학내에서 발행되고 읽히는 출판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대학사회 전반에서 자치적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매체들까지 아울러 부르고 있다. 이들은 ‘자치’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학내 기구에 소속돼있지 않으며, 학생회비에서 지원을 받거나 분할 납부를 통해 확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정 역시 대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편집권 문제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자치언론이 여러 이유로 활동 방향에 제약을 받으면서 이들 언론의 위기가 대두됐다. 이들 언론이 독자적인 편집권을 갖지 못해 본연의 자율성을 잃고, 운영상 금전적 어려움으로 폐간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중앙대의 자치언론 <중앙문화>와 <녹지>가 폐간돼 치른 ‘대학언론 장례식’이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소위 ‘대학 자치언론 위기론’은 더욱 심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자치언론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곳들이 존재해 주목받고 있다.

저마다의 빛깔 살리기에 주력

지난해 11월, 학내 자치언론의 관성화를 비판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모여 <자하연 잠수함>을 창간했다. 이에 창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학 삼학년 우울증 △서울대 총학선거사태 △첫경험 △파업 등을 주제로 한 다각도의 기사들을 ‘웹진’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자하연 잠수함> 이한빛(서울대 정치08) 편집장은 “우리는 학내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한 접근을 통해 모든 사회 이슈들로 사고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학우들에게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자치언론을 꾸리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 지난해 창간된 서울대 자치언론 <자하연 잠수함>의 크리스마스 특집호 표지.

학내 자치언론 외에도 대학사회 전반에 걸쳐 활동하는 매체들도 있다. 이 중 대학생들을 위한 패션잡지 <르데뷰>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은 그간 기성 패션지가 명품 소개로 가득하고 어려운 패션용어를 과도하게 사용해, 정작 대학생들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는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착안해 2008년 잡지를 창간했다. 이 잡지는 만드는 주체와 담긴 내용들이 대부분 대학생을 향해있다. 처음에는 대안적 문화매체의 필요성에 공감한 몇몇 고려대 학생들의 주도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여러 대학교의 학생들이 연합해 운영하고 있다. 발간 후에는 수도권 내 각종 대학과 카페에 무료로 배포된다. <르데뷰>의 홍보를 맡고 있는 송세희(한경대 경영08) 씨는 “<르데뷰>는 프랑스어로 ‘시작’을 의미하는데, 대학생들이 최초로 만드는 패션잡지의 시작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 지난 3월에 발간된 대학생들을 위한 패션
잡지 <르데뷰> 7호 표지. 오는 6월에는 8호가
발간될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질문잡지’를 기조로 내건 곳도 있다. 이는 바로 <헤드에이크>. 올해 1호를 발행한 이곳은 ‘졸업 후 뭐하세요?’, ‘당신이 일으키고 싶은 혁명은?’ 등의 질문을 통해 20대의 다양한 의견을 지면에 담아내고 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헤드에이크>의 정지원(연세대 정외05) 편집장은 “우석훈의 책 <88만원세대>를 읽었을 때 이 책이 20대의 저돌적인 면을 묵살했다고 생각했다”며 “20대가 암울한 세대로 규정지어지지 않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독립언론 창간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고려대 학생들은 작년 무크지 <Unknown>을 창간했으며, 2006년 창간돼 대학 내 성소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서울대 자치언론 <퀴어플라이>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 원광대 학생들은 <알지뉴스>를 만들기도 했다. 자치언론의 끊임없는 사멸 속에서도 또 다른 자치언론이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속성 위한 자생적 노력 필요해

하지만 이들의 재기발랄한 활동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존재한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로 꼽힌 것이 바로 재정문제다. <자하연 잠수함>의 이 편집장은 “웹진 형식을 빌렸기 때문에 다른 매체보다 어려움은 적지만, 이로 인해 고정적으로 발간하지 못하고 홍보에는 사비를 쓸 만큼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르데뷰>의 송 씨도 “매년 광고 수주와 여러 단체의 협찬 및 지원금으로 발행 자금을 조달하지만 우리의 목표인 전국 대학 배포는 아직도 힘든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지속적으로 언론을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자층 확보도 중요한 사안으로 제시됐다. <헤드에이크>의 정 편집장은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비밀엽서 프로젝트’와 같은 ‘질문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며 “순수한 열정으로 잡지를 내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이외에도 다수의 자치언론들이 △트위터 △블로그 △독자적 도메인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자치’를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기’라는 말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기’는 ‘희망’이라 하지 않았나. 두 글자로 규정짓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열정’이라는 무기로 뭉친 희망의 자치언론들이 대학사회 언론의 다양성 확보와 공감을 위해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자치’라는 이름을 통해 편집권의 제약 없이, 경제적 문제없이 대학사회 자치언론에 ‘스스로 다스림’의 자유가 뿌리내리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