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의 장 ‘작은대학’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g1657@naver.com)

백점만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서 취업을 위한 통과의례로 전락한 대학은 대학생들이 깊은 사고를 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에게 깊은 사고를 통해 삶의 근본을 논하게 하는 대학이 있다. 바로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대안 대학 ‘작은대학’이다.

20년을 이어온 작은대학은 91년, 대학 사회의 모순점에 대한 도전이라는 취지 아래 △대학 찾기 △대학 높이기 △대학 낮추기를 이념으로 하여 설립된 대안대학이다. 과거 80년대 대학은 민주주의와 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한 젊음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대학과 대학인 스스로는 현실에 순응한 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강대 신방과 김학수 △연세대 사회학과 박영신 △이화여대 정외과 진덕규 교수 등 신촌 3개 대학 5명의 교수가 주축이 돼 작은대학운동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설립자 중 한 명인 박영신 교수는 “작은대학은 기존의 대학에 대한 도전”이라고 정의하며 “대학생들이 오로지 취업을 위해 국가 고시 등의 시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고전을 읽고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26기 세미나 열려

지난 21일에는 대안교육센터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캠퍼스인 카페 체화당에서 작은대학 26기 학인들의 18번째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감리신학대 유경동 교수와 함께 독일인 철학자 R.니부어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인 사회』를 읽고 그에 대해 논의가 펼쳐졌다. 세미나의 진행을 맡은 유 교수는 “사실 인간은 조금 ‘더’ 도덕적이고 사회는 조금 ‘덜’ 도덕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니부어의 인간관과 정치관 등에 대해 자유로운 논의를 이어갔다. 더불어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단편적이고 기능적인 지식을 습득하는데 그친다”며 “함께 고전을 읽으며 사고의 폭을 넓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세미나에 참여한 대학생 오윤근(연세대 경영05) 씨는 “일방적 강의가 아니면서도 학생들끼리가 아니라 교수님과 함께 고전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작은대학의 강점”이라며 입시위주의 학교 교육에서는 체험할 수 없었던 대안교육만의 매력을 꼽았다.

이처럼 작은대학은 교수와 학생들이 고전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논제를 정해 토론하는 일종의 독서 모임이다. 작은대학은 캠퍼스도 전공도 없다. 대신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인들은 1년 동안 20권의 책을 읽고 20개의 쪽글(보고서)을 제출하면 ‘마친 보람’이라는 이름의 학위를 받고 졸업하게 된다. 

기존 대학 사회에의 대안적 도전 

공인된 정식 교육 기관이 아니다 보니 운영상 어려운 점도 있다. 26기 학인들만 해도 시작할 때는 15명 정도였는데 중간에 해외 유학이나 병역 등의 이유로 한 둘씩 빠져나가더니 지금은 다섯 명 안팎의 학인들만이 남아 세미나를 꾸려가고 있다. 이렇듯 외부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정태연씨는 “세미나를 통해 남의 생각을 듣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힘도 길러진다”며 작은대학의 가치에 더욱 힘을 실었다.

언론과 일선 학교 모두에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인정은 하지만 선행학습과 입시 위주의 교육 탓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은대학은 이러한 현실에 대항해 고전을 탐독하고 △인간 △국가 △조직 사회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끊임없는 토론으로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작은대학이 지속적으로  대학생뿐만 아니라 주입식의 천편일률적 교육에 물들어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생들을 깊은 사고의 길로 인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