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민아 기자 (mayu1989@skkuw.com)
#1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상, 나는 그 어떤 곳에도 ‘아니온 듯’ 다녀가기가 힘이 든다. 우선 보고 느낀 뒤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순간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감동적인 풍경 앞에서는 일단 흥분해서는 마구 셔터를 누르고 보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내 카메라가 좀 더 불편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매번 반복되는 진부한 풍경 앞에 어떤 참신한 시각도 건져낼 수가 없을 때 나는 도무지 셔터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차라리 카메라라도 최신형이라면 사진 찍는데 흥을 돋워 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 반대의 경우이지만 각 상황에서 나는 어떡해야 하는 걸까. ‘난 사진기자다’를 되뇌며 아무런 감정이입 없이 기계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것이 최우선인 걸까?
#2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사진은 나 대신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준다. 그럼으로써 나는 사진의 형식으로나마 그 순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나는 가끔 사진이 가져다주는 기억의 소유가 버거워진다. 사진이 그렇게도 하고 싶어서 사진기자를 지원했건만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한 시간에 몇 백 장씩 찍어내는 그 기술의 편리함을 감당하기가 힘이 드는 것이다. 동시에 사진이 지니는 한없는 가벼움과 이기적 특성- 너무나 쉬이 순간을 취득한다는- 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잠깐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뿐인 취재원의 모습을 내 마음대로 사진으로 간직하고 활용하는 것이 정당한 건지… 찰칵- 소리 한 번으로 참 쉽게 모든 풍경을 소유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건지… 나는 점점 더 헷갈린다.
#3
요즘 나는 종종 누군가가 신문사의 풍경을 영상으로 좀 찍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가면 뭉뚱그려지고 말 우리의 세세한 관계와 기분과 흐름이, 순간순간 머리를 탁 치게 하는 삶의 우연과 기발함이, 잊히지 않게. 영화로 만들어준다면 참 재미있는 청춘드라마가 나올 것 같다. 누가 우리를 좀 찍어줬으면 좋겠다. 잃고 싶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