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연계해 전문가 양성… 졸업 후 진로 제한 우려도

기자명 설우윤 기자 (dndbs91@skkuw.com)
요즘 대학에 신설되는 학과들을 수식하는 말로 “~기업과 협력하게 신설된 계약학과”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계약학과란 대학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산업단체의 요청에 따라 계약을 맺고 설립하는 특정 분야의 학과를 말한다. 계약학과에는 채용조건형(고용보장형)과 재교육형 두 종류가 있는데, 채용조건형이란 위 단체들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자금 지원계약을 체결하고 대학에 특별한 교육과정의 운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재교육형은 산업체 등이 소속직원의 재교육이나 직무능력향상 또는 전직교육을 위해 그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면서 교육을 의뢰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계약학과가 증가하는데 있어 IT 분야를 비롯한 첨단 산업과 관련한 학과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 대학들은 첨단 산업 분야의 교육 환경을 갖추기가 쉽지 않고 교육과정이 이론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재원을 늘리는 동시에 현장 교육 시설을 제공받음으로서 교육의 질을 높을 수 있고, 기업은 교육과정 개설부터 학과 운용까지 직접 관여해 처음부터 산업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때문에 계약학과는 산학협력의 대표적인 예로서 지속적인 확산 추세에 있다. 이러한 예로 삼성전기와 부산대의 차세대 전자기판회로학과, LG이노텍과 전남대의 LG이노텍이 있고, 지난달 23일엔 코오롱과 건국대학교가 미래에너지학과 신설을 발표했다.

우리학교는 현재 16개의 계약학과를 개설,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두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학 계열들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우리 학교의 협력 하에 2007년에 신설된 휴대폰학과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로 꼽힌다. 휴대폰학과는 석ㆍ박사 과정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산학공동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산학공동 강의 및 산학연구과제를 실행하고 있다. 휴대폰학과 학생에겐 △삼성전자 입사 보장 △산학 공동 워크숍 △프로젝트 수행 경험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고려대학교도 2008년 삼성전자와 협정을 체결,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모바일솔루션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IT대학 산하에 신설돼 2011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는 모바일공학과도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로서, 삼성전자가 입학생에게 등록금 전액 지원한다. 또한 졸업 후엔 사실상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학교 계약학과 중 유일한 학사 과정인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도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있으며, 삼성전자 임원 및 반도체전공 전임교수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ㆍ경제 관련 실용학문 계약학과의 신설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004년, 우리학교와 삼성생명은 경영대학원에 보험ㆍ금융학과를 신설했는데 이는 보험 분야 최초의 계약학과였다. 보험ㆍ금융학과는 삼성생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형 계약학과로, CFP (The Certified Financial Planner, 국제재무설계사) 자격 취득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포함하는 등 임직원의 실무능력과 전문지식 향상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고려대도 금융관련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 산하에 신설된 금융보안학과는 기존의 정보보호 전공 석사과정에 금융보안에 특화된 전공수업이 추가된 학과이다. 우리 학교 보험ㆍ금융학과가 단일 기업의 투자로 삼성생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설된 것과 달리 BC카드, 안철수연구소 등 8개 기업이 협력단으로 참여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우리 학교 휴대폰학과와 같이 등록금을 전액 지원받을 수 있으며, 졸업생은 협력단 참여 기업 중 1, 2, 3순위 지망을 통해 해당 기업에 입사한다.

이렇게 산학협력의 대표적인 예로 주목받고 있는 계약학과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다 보니 몇몇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서울기독대학교 계약학과는 업체 직원이 아닌데도 입학한 사례가 적발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대학 측은 이에 따라 학과 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교수 9명과 강사 98명 등 교원을 모두 해임하는 한편 계약학과의 학ㆍ석사 재학생 3백13명 전원의 입학을 취소하고 고발장을 접수해 이미 입학한 학생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경우 졸업생의 진로가 한정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전공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전액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지만 어린 나이에 중요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또 배운 내용을 활용하려면 관련 기업에 입사해야만 하는데 이 역시 진로를 제한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전공 전정훈 교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하나의 안정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뿐 학생에게 강요하는 계약이 아니다”라며 “반도체전공은 공학도의 자질함양 교육도 함께하고 있으므로 졸업 후 다른 진로를 선택해도 무리가 없을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