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구(수학)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저널 하나 없던 19세기 미국수학계의 경쟁력은 영국육군사관학교에서 은퇴한 실베스터를 영입하여 수학 저널을 만들어 달라고 강권해야 할 정도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단 100년 만에 수학후진국에서 초일류 수학선진국으로 변한 미국을 보면서, 우리의 100년전 수학 모습이 궁금하였다. 최근 여러 고서를 통하여 확인해 본 결과, 앞선 17~18세기 우리의 수학 수준은 미국보다 전혀 낮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에는 17세기 중엽 서양수학이 소개되었으며, 그 기록은 최석정(1646∼1715)의 책「구수략」에도 남아있다. 홍대용(1731∼1783)은 주해수용에서 삼각법을 연구하였으며, 홍길주(1786~1841)의 기하신설, 남병길(1820∼1869)의 집고연단과 무이해, 이상혁(1810~?)의 차근방몽구(1854) 및 기하와 삼각법에 관한 산술관견(1855)등의 다양한 수학적 기록이 남아있다. 1890년대에는 이상설이 수학책 「수리」와 「산술신서」를 썼고, 이어서 1910년까지 한글로 쓰인 수학책의 종류가 40권이 넘는다는 것을 최근에 확인하였다. 하지만 1910년 말 나라를 빼앗긴 후 한글 수학책은 폐기되고 일본어로 쓰인 초등 수학책만 보통학교와 고등보통학교에서 전수되었다. 필자조차도 해방이 될 때까지 한반도의 대학에 수학과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서기 2000년에야 알았다. 

 미국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선구자와 학회를 중심으로 부단히 노력하여 100년 후에는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이다. 20세기 말부터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 수학 수준은 어느덧 세계 10위권에 다가서고 있고, 우리 수학교육의 위상은 이보다 더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국제수학교육비교연구에서 우리나라가 최상위를 차지함으로써 한국의 수학교육은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수학교육자 4000여명이 모이는 2012년 국제수학교육대회(ICME 12)와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Fields Medel)”을 수여하는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 2014)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 중요한 학술대회들의 유치를 계기로 한국의 수학과 수학교육계는 우리나라 수학과 수학교육 전반에 걸쳐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을 자신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의 대학에서는 연구와 교육이 통합되어 연구가 곧 교육이며, 교육활동이 연구의 산물로 변해가고 있으며, 이런 21세기 대학에서 교수의 역할은 배운 것을 잘 가르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학생이 스스로 배워가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막힌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반자가 되는 것을 요구 받는다. 21세기의 우리는 lecture - memorization-tests가 아니라 visualization(intuition)-trial-error-speculation-explanation을 추구해야 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이미 그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수학은 토론이고 설득이다. 그래서 모든 전공의 학생들이 그런 수학을 학습한다. 사실을 명백하게 증명하고, 그것을 누구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 수학이다. 우리 전통 교육은 오히려 토론과 설득에 큰 비중을 주었다. 그러나 지난 100년의 수학교육에서 토론은 찾기 어려웠다. 그것이 20세기 말 디지털 시대를 맞아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BBS(전자게시판)에 의견을 개진하면서 활발해진 토론 문화가 사회와 정치문제 뿐 아니라 수학에도 뿌리를 내리면서 새로운 수학세대가 탄생하였다. 최근 ‘나는 가수다’ 라는 프로그램이 세간의 관심을 끌며 그 현상에 대하여 15년 이상 한 분야에 몰두한 전문가들의 저력이라는 분석을 들었다. 우리 학생들이 수학적 개념에 대하여, 수학 문제를 해결하면서 오프라인은 물론 아이캠퍼스의 활발한 온라인상의 토론을 통하여 자기주도적인 수준별 그리고 완전 학습을 수행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다. 더구나 이르면 2013년 3월부터 초·중·고교의 수학 교과서가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강조하고 생활 사례나 배경 설명을 충분히 곁들여 개념을 설명하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형으로 바뀐다고 한다. 학생들이 수학을 종이와 연필만이 아니라 타이핑하여 읽고 말로 설명하는 그런 변화가 인터넷이 도입된 후부터 더욱 활발해 졌고, 이미 15년 이상 지났다는 것도 흥미롭다. 교육은 향후 100년을 보고 준비한다. 100년 동안 열악한 환경에서도 오늘의 한국을 만든 한국인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오프라인뿐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학문을 얘기하고 새로운 생각을 토론하면서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 되었다. 100년 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