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 운동권 총학 활동… 사회참여ㆍ소통 문제 산적

기자명 유영재 기자 (ryuno7@skkuw.com)

우리 학교 2011년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함성(인사캠 총학생회장 김영권ㆍ경제, 자과캠 총학생회장 장인혁ㆍ화공)’이다. 2001년부터 10년 연속으로 비운동권(이하 비권) 총학이 이어져오고 있다. 과거 총학들이 주도했던 1980, 1990년대의 강성한 학생운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2000년대 초 총학 강경 대응
총학ㆍ학우 간 괴리 생겨

우리 학교 총학의 역사는 2000년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학교에서 비권 선거본부(이하 선본)는 단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01년 비권연합 ‘성대사랑’ 선본의 당선은 우리 학교 역사상 최초의 비권 선본 당선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현 총학까지 비권 총학이 이어져왔다.
2000년 이후 운동권 총학 실종 현상의 원인은 당시 총학의 강경한 행동에 대한 학우들의 기피 현상이다. 2000년은 높은 등록금 인상률에 반대하는 각 학교의 운동권 총학이 활발한 운동을 펼치던 해였다.
특히 우리 학교 총학(인사캠 총학생회장 김강석ㆍ신방, 자과캠 총학생회장 강두용ㆍ유전)의 반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반발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총학의 일부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학교 행정 업무 전반에 많은 피해가 있었다. 그에 따른 총학 징계에 학우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학교 측에 대한 총학의 요구안에 학우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우들 사이에서 반(反) 총학 운동도 커졌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져 다음 선거인 제33대 총학 선거에서 비권연합 ‘성대사랑’ 선본이 당선됐다. 성대사랑부터 시작된 비권 총학은 학생 복지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세우는 동시에 정치적 중립주의를 표방했다. 당시 성대사랑 선본 인사캠 이성(정외) 정후보는 “기존의 정치 투쟁에 매몰되지 않는 학생회를 만들어 대학 고유의 아카데미즘과 문화 발산지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내 사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사회적 현안에 학생운동 재개
현 운동권 방향 재설정 필요
우리 학교에서는 여전히 비권 총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타대에서는 이미 2008년을 전후로 운동권 총학이 당선되기 시작했다. 2011년 현재 서울 소재 전체 43개 대학 가운데 운동권 성향의 총학 선본이 당선된 곳은 모두 14곳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지난해까지 비권이었던 서울대와 이화여대 총학 자리에 각각 운동권 총학이 당선됐다.
운동권 총학은 대추리 문제, 한ㆍ미 FTA 등 여러 사회적 현안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창구로 제시됐다. 특히 올해 6월경 반값등록금 논란이 촉발되면서 운동권 총학이 사회참여에 나섰다. 지난 6월 반값등록금 여론이 일자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운동권 총학은 6월 10일 동맹휴업 안을 두고 찬반투표를 열었다. 또한 직접 집회와 운동에 나서며 능동적 사회 참여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조우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운동권 총학이 부상한다기보다 학생들의 답답함과 변화를 바라는 요구들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반값등록금 혹은 청년실업 등 사회적 의제가 학우들에게 절실하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의 해결을 강력히 주장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학생회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비권을 대체한 운동권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그리 크지 않다. 운동권 총학이 활동하고 있는 경희대의 한 학우는 “총학의 성향이 운동권이든 비권이든 학생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라며 “오히려 그들의 폭력적 성향, 현실적이지 못한 지향점, 부정비리 등이 드러나면서 전체적으로 인식이 나빠졌다”라고 지적했다. 반값등록금 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선 고려대 총학 역시 6월 10일 동맹휴업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과정 및 방법에 있어서 고려대 학생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듯 현재 운동권 총학들은 비권 총학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학생들의 여론이 비판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는 현 운동권이 제기하는 문제들과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조우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지금 우리가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다면, 지금과 같은 운동권ㆍ비권의 방법론적 구분이 주목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운동권 세력이 어떤 방법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